한강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손정민(22)씨의 아버지 손현(50)씨는 최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정민이의 죽음에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손씨는 정민씨가 실종된 지난달 25일 새벽까지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에 대한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A씨의 최면수사와 관련된 부분이다.
경찰은 당시 실종 상태였던 정민씨를 찾기 위한 단서를 얻기 위해 A씨를 상대로 지난달 27일과 29일 두 차례에 걸쳐 최면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첫 번째는 최면 도중 깼고 두 번째는 유의미한 단서를 얻기 힘들었다는 게 담당 경찰관 설명이다.
무의식에 희망 건다…'최면수사'란?
이번 정민씨 사건의 경우 결정적 단서가 될 만한 폐쇄회로(CC)TV나 목격자 확보가 어려웠던 데다, A씨가 "술에 취해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 A씨의 무의식에 희망을 걸었다는 게 손씨의 얘기다.
1999년 국내 도입된 법최면은 현재 성범죄를 비롯한 각종 강력사건과 뺑소니 교통사고 등에 이용되고 있다. 경찰청이 중앙일보에 제공한 연도별 법최면 수사 활용 건수에 따르면 ▶2016년 41건 ▶2017년 38건 ▶2018년 35건 ▶2019년 32건 ▶2020년 36건으로 최근 5년 새 한 해 평균 36.4건의 최면수사가 진행됐다. 현재 경찰청에 소속된 법최면 전문 조사관은 전국적으로 총 27명이다.
"유용" vs "의문"…엇갈린 의견
반면 해외에선 법최면이 유용하다고 보고 일찍이 수사에 활용해왔다. 1960년대부터 법최면을 활용한 미국의 경우 목격자들이 최면 상태에서 기억을 더 상세히 떠올린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나왔다.
국내에서 법최면 활용의 좋은 사례로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 꼽힌다. 지난 2019년 법최면을 통해 버스안내양의 31년 전 기억이 되살아난 것을 계기로 용의자 이춘재가 입을 열었다. 최면수사 당시 버스안내양은 이춘재의 사진을 보고 "당시 목격한 용의자 얼굴과 일치한다"고 진술했다.
"최면수사에 부적합한 성격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학수사관리관 소속 변규택 법과학분석 계장은 "최면자와 피최면자 간 '라포(rapport·신뢰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며 "최면에 잘 걸리는지 아닌지도 개인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최면에 대한 이해나 집중력이 높으면 최면수사에 적합하지만, 부정적·회의적·냉소적·논리적 성격 특성을 지녔거나 정신질환이나 뇌 손상을 앓는 경우엔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기법을 상황에 맞게 수사에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법최면도 그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