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동산 자산 상승으로 촉발된 투자 열풍으로 금융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산 가격 급상승에서 소외되는 경험을 한 부모들이 앞다퉈 자녀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 나서고 있다. 투자나 재테크 공부를 일찍 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식은 인기 선물로 떠올랐다.
인기 선물 된 '삼성전자'…미성년 주주 6배 증가
미성년자 주식 계좌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 새로 만들어진 미성년자 명의 계좌는 1만3242개였는데 1년이 지난 올 1월엔 9만8044개로 늘었다. 지난해 1년 동안 새로 만든 미성년자 계좌는 47만여개로, 2015년부터 5년간 신규 계좌 개설 건수보다 많다.
"'돈 얘기'꺼리던 학부모들…달라졌다"
금융 교육에 신중했던 학교 현장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남 모(35) 씨는 "예전에는 강사를 불러 금융 교육을 한다고 하면 '아이들한테 돈 얘기한다'고 반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요즘은 학부모들이 먼저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달라고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남 씨는 "교장, 교감 선생님도 재테크나 투자 수업을 하려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이었다"며 "하지만 은퇴를 앞둔 지인들이 수억씩 소득을 올린 경험을 하고 나선 먼저 아이들에게 투자를 가르치자고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나 소모임을 만들어 투자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충남 천안시에 사는 고등학생 박 모(17) 군은 "유튜브에서 경제 관련 영상을 보다가 관심을 갖게 됐다"며 "비슷한 친구를 모아 투자 동아리를 만들었고, 진로도 금융권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종목 고르게 하고 함께 토론해야
높아진 관심에 맞춰 학교 내 금융교육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 고교 교사는 "아이들은 이미 유튜브에서 많은 걸 배워왔는데, 학교 교육은 통장 개설하는 법 알려주는 수준"이라며 "외부 강사 한두 번 데려오는 방식이 아니라 제대로 된 금융 교육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