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의령 등 "남부권에 설립해야"
박 시장은 서울 등 수도권에 문화시설에 집중된 점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문화 발전을 위한 고인의 유지를 살리려면 수도권이 아닌 남부권에 짓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다.
또 "부산은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돼 있고 북항 등 새로운 문화 메카 지역에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유족 의견을 중시해 공간특성, 건축, 전시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술관을 만들겠다"고 했다.
경남 의령군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이 회장의 선대 고향인 의령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령군은 삼성전자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이 태어난 곳이다. 이 회장도 의령군 정곡면에 있는 친가의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의령군은 호암 이병철 회장 생가 일대에 역사와 문화가 있는 '부자길'로 조성해 관광 명소화했다. 매년 10월엔 호암 이병철 회장을 기리는 '호암문화대제전'도 연다.
의령군은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해 호암문화대제전과 더불어 지역 문화를 한층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인구감소와 노령화의 위기에 있는 지방의 상생 및 균형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기증의 의미가 더욱 값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은 지난 3일 열린 경남지역 현안 간담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을 유치해 그 안에 이건희 미술관을 짓자"고 주장했다.
허 시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 양극화를 해소하고 전국적인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창원관 건립과 이건희 미술관을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과의 인연 앞세워 유치 움직임
김 의원 측은 "이 회장의 묘소 인근인 장안구 이목동 64-1일대에 삼성 일가의 땅이 있는데 이 땅을 용도 변경해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면 된다"며 "미술관과 삼성전자의 첨단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미래기술전시관을 함께 조성해 인근 관광지와 연계하면 관광 코스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 장안구에서 3선을 지낸 이찬열 전 의원과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 등을 지낸 이기우 전 의원 등도 "이건희 미술관은 수원시에 건립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수원시도 4일 염태영 시장 주재로 정례 현안회의를 열고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검토했다. 정부에서 이건희 미술관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때까지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이건희 컬렉션 21점을 대구미술관에 기증받은 대구시는 물론, 광주시, 대전시 등도 미술관 유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술계는 "이건희 미술관을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정부서울청사 등에 짓자"고 제안한 상태다.
국보급 유물부터 국내외 거장 작품까지, 지역 발전 견인 가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러 전 세계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찾는 것처럼 이건희 컬렉션이 곧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여기에 미술관 등 대형사업 유치는 선출직인 단체장이나 정치인의 치적이 된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과)는 "기증받은 미술품을 잘 관리하고 보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대형 사업 유치 경쟁은 지역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으니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