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은 1958년 스웨덴ㆍ노르웨이ㆍ덴마크 3국의 기부로 건립됐다. 이후 60여년이 지나 세계 10위의 경제 규모로 커진 대한민국의 중앙감염병병원이 국가가 아닌 민간기업의 지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부끄럽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NMC) 원장이 3일 오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부금 7000억원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유족은 감염병 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7000억원을 기부했다. 이 중 5000억원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 건립과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연구 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이제는 임기응변, 상황모면식 대응 안돼”
또 “방역의 책임은 행정기관을 동원하는 것으로 많은 부분 해소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의료 대응은 리더십 없이 작동되지 않는다. 국가감염병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는 건 그런 리더십을 세우고 체계를 만드는 길”이라며 “세계 최고의 국가 중앙감염병원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방역과 의료 대응, 두 축 연결 안돼”
정 원장은 “지역적으로 지방분권적 공중보건 위기대응 역량이 갖춰져야 하는데 정부가 그동안 투자할 생각을 안 했다. 그러다 보니 민간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중앙과 권역이 유기적인 역할을, 그 속에서 중앙감염병병원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명돈 “100년만에 온 기회”
또 오 위원장은 “큰돈이 있기 때문에 훌륭한 빌딩의 건물이나 최첨단 의료장비, 연구 시설을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면서도 “그런 기회를 충분히 잘 살리려면 능력 있는 의료진과 연구원들이 모여야 하고 그 가운데서 학문적 연구가 계속 이어가고 확대할 수 있는 인력 프로그램이 정확하게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립중앙의료원은 삼성의 기부금을 객관적이 고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이른 시일 내 이사회를 개최해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절차에 돌입하기로 하고 복지부, 질병청이 참여하는 내ㆍ외부 위원 선임에 나선다. 다만 정 원장은 “삼성은 특별위원회에 참석하지 않고 잘 협의해서 운영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위에 삼성이 직접 참여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