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5m 높이에 매달려 있는 조종석 자리는 비어 있었다. 현장 기사 없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부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크레인 기사가 아니라 관제실에서 원격으로 조종하는 것”이라며 “기존엔 네 명이 번갈아가며 하던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카메라 8대가 눈 역할, 영상 실시간 전송
컨테이너를 쌓아두는 야적장은 항만 터미널에서 병목 현상이 가장 잦은 곳이다. 하루 24시간 가동하는 터미널 운영시스템(TOS)을 도입했지만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은 수동으로 운영돼 기대만큼 효율이 개선되지 않았다.
원격제어 통해 생산성 40% 이상 높아져
크레인 기사들의 작업 환경도 개선됐다. 이제는 25m 상공에서 허리를 숙여 아래를 바라보며 하루 8시간씩 근무할 필요가 없다. 안전사고 위험이나 목디스크·근육통 같은 근골격계 질환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효과 덕분에 싱가포르·로테르담 등 해외의 컨테이너 터미널들이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칭다오항은 이미 2017년 5G와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을 기반으로 크레인 원격제어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장조사업체인 마켓앤마켓은 세계 스마트항만 시장이 연평균 25% 성장해 2024년 52억7200만 달러(약 5조87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칭다오는 2017년 도입, 한국은 이제 걸음마
LG유플은 신감만부두에 5G 시범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최근 2년여 동안 40억원을 투입했다.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조만간 항만공사·쿠오핀 등과 손잡고 부산항 신선대 터미널, 광양항 등에 원격제어 크레인을 확대 구축할 예정이다. 이 회사 서재용 스마트인프라사업담당은 “5G는 초고속 네트워크에 다양한 정보기기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자율주행 야드트랙터·인공지능(AI) 영상 분석, 사물인터넷(IoT) 센서 및 드론 등을 활용해 스마트항만 기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