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반전된 건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테마파크를 폐지해달라”는 글이 올라오면서인데요. 약 3만8000명의 동의를 얻은 해당 청원 글은 테마파크가 동물 학대의 일종이라며 “진도군이 진돗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애니띵] 진돗개의 고향, 진도에 가다
#자세한 스토리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도의 특산물 ‘진돗개’
“우리 황산이 잘했다고 박수 쳐주세요. 마지막 남은 인형도 가져와야지!”
지난 20일 오후 1시. 십여 명의 관람객 앞에서 진돗개가 장애물을 통과하고 재주를 부립니다. 강요나 윽박은 없습니다. 황산이는 훈련사와 하는 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테마파크 폐지 청원에 대해 김동오(31) 훈련사는 “때리는 등의 가학 행위를 하면 금방 눈에 띈다”며 “개가 사람을 싫어하는 게 보이면 민원이 진작 발생했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진돗개가 썰매를 끈다고 오해를 받았던 ‘진돌이 썰매장’도 실제로는 아이들이 고무썰매를 타는 곳이었습니다.
공연이나 경주가 학대는 아니라는 김 훈련사와 테마파크 측의 입장도 일리 있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공연이 끝난 후, 황산이가 돌아간 곳은 철창이었습니다.
철창에 갇힌 ‘특산물’ 진돗개
특기가 있는 진돗개는 공연견이 되고, 어질리티(여러 개의 장애물을 통과해 목적지까지 달리는 놀이)에 소질이 없는 진돗개는 혈통 보전을 위한 사육견이 됩니다.
철창 속에 있는 아이들의 산책이 얼마나 자주 이뤄지냐고 묻자 테마파크 관계자는 “훈련과 산책이 이뤄진다”는 다소 두루뭉술한 답을 내놓더군요. 황산이처럼 공연견이 되는 게 더 나은 일일지도 모르는 이유입니다.
테마파크를 관리하는 진도군청 공무원에게 “진돗개들이 테마파크 철창에 있다”고 말을 꺼내자 “그 정도면 운동장”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A씨는 “철창에 있는 수컷과 개인들이 집에 데리고 있는 암컷이 교배해 순수혈통이 태어난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게 태어난 새끼 진돗개들은 50만원 정도에 혈통서와 함께 전국으로 배달됩니다.
농가 입장에서 진돗개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번식견입니다. 한 농가 주인은 “집에 암컷을 키우는데 1년에 한두 번씩 새끼를 낳는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했습니다.
철창 밖의 삶은 ‘마당개’
군에서 파악하는 진도 내 진돗개는 약 1만 마리. 목줄에 묶인 채 평생을 마당개로 살아가는 백구들까지 포함한다면 숫자는 훨씬 늘어나지만 관리 인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오석일 진돗개 혈통관리팀장은 “진도 내의 진돗개는 약 1만 마리지만 이를 관리하는 건 5명으로 구성된 한 팀밖에 없다”고 설명합니다.
진도=백희연 기자·왕준열PD(영상) baek.heeyo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