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창업팀이, 실리콘밸리에서, B2B(기업간거래) 소프트웨어 사업에 도전해 이룬 성과입니다. 게다가 김 대표는 이번이 세 번째 창업인 연쇄창업가이고요. 한국에선 흔치 않은 조건을 두루 갖췄죠. 센드버드는 왜 실리콘밸리로 갔는지, 그후 유니콘이 되기까지 어떤 계곡을 어떻게 건너왔는지 김동신 대표가 보내온 글로 만나보세요. 〈팩플 편집자〉
센드버드는 이런 시장 변화를 타고 유니콘이 됐다. 레딧, 야후, 넥슨, 딜리버리히어로가 센드버드의 메시징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잇으)를 이용하는 것은 개발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유저들이 자주 사용하는 채팅 기능을 최신, 고품질로 유지하면서도 개발 역량은 자사 핵심 사업의 고유한 부분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업계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다.
센드버드는 이런 트렌드를 초기에 포착하고, 다양한 사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유스 케이스 (use case)를 쌓아왔다. 블루오션에 뛰어들었으니 운이 좋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코드 몇 줄 만으로 모든 앱에 적용 가능한 메시징 솔루션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니콘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실패와 몇 번의 피벗팅(Pivoting · 사업 모델이나 아이템을 전환하는 것),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이 있었다. “고객을 향한 끝없는 집요함”이라는 핵심 가치에 따라, 여러 국가 시장의 다양한 니즈를 소화할 수 있는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 왔기에 업계 리더들의 신뢰를 받고 성장할 수 있었다.
실패, 유니콘의 시작
결과적으로 스마일패밀리는 제품이 생존력을 갖게 되는 프로덕트-마켓 핏 (Product-market fit)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 메시징 기능을 가져다 쓰고 싶으니 상용 솔루션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우리가 B2B 업체도 아닌데 무슨 소리냐’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러나 사업 자금이 바닥나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추진하게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의구심이 더 컸다. 업계 전문가들도 시장이 작아서 안될 거라고, 타 메시징 서비스와 차별점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에 선계약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결정적으로 2016년 Y콤비네이터(이하 YC)에 합격하면서, 메시징 API가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변화, 유니콘의 생존법
그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고, 기존 국내 투자자 한 곳의 극렬한 반대에 공동창업자들이 사비를 털어 지분을 도로 사오는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B2C에 집중해온 사업 및 역량을 고스란히 버려야 했다. 엑셀러레이팅을 거치며 타깃 고객층부터 홈페이지 구성, 서비스 가격, 계약서 내용까지 전부 바꿨다. 글로벌 기준으로 고민하고 실행하는 시스템으로 뜯어 고쳤다. 힘든 결정이었고, 팀원 모두가 겪어내야 했기에 실행은 더욱 어려웠다. 문화 차이에 당황했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꼭 필요했고, 참 잘 한 결정이었다.
2015년 ‘자이버’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땐 매출과 고객사의 90%가 한국이었다. YC에 들어가면서 ‘센드버드’로 이름을 바꿨다. 2017년 중반 즈음엔 전세계 153개국에 고객사를 가진 글로벌 서비스가 되어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 맞춰 바꾸고 노력하면, 그에 따라 기회와 보상이 왔다. 이것이 도전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이제는 회사 매출의 40%가 북미ㆍ남미(AMER), 30%가 유럽ㆍ중동ㆍ아프리카(EMEA), 30%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에서 나온다. (*2019년 기준)
실리콘밸리, 유니콘의 냉혹한 요람
YC 같은 좋은 초기 투자자를 만나더라도 이후 성공은 창업자와 팀의 몫이다. 스타트업은 끝까지, 버티며,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나는 첫 시리즈A 투자 도전에서 30전30패를 겪고 이걸 처절하게 느꼈다. 서비스는 성장하고 매출은 늘어나는데 돈은 바닥을 보이고, 투자 미팅을 다녀도 텀싯(term sheet・투자 조건 합의서)은 받지 못했다. 몇 달 간의 집요한 분석과 보강 작업을 통해 실리콘밸리 문법에 철저히 맞춘 스토리와 성과지표, 펀딩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그러자 미팅이 끝난 직후부터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며 불과 3주 만에 텀싯에 싸인을 했다. 이후 3년에 걸쳐 시리즈B와 시리즈C 펀딩을 유치했고, 센드버드는 이제 기업가치 1조 2000억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타트업이 기술로써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다. 더 재미있게 만들거나 더 쉽게 만들거나. 센드버드의 비전은 후자다. 디지털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 수도나 전기처럼 일상적이고 보편적으로, 온 세상 널리 사용되는 솔루션이 되었으면 한다. 전세계 모바일 인구가 50억 명이니, 매달 1억 6000만 명이 사용하는 센드버드는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개발자, 유니콘의 두뇌
전략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고, 팀 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리며,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인재. 찾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치열한 개발 인재 쟁탈전이 일어나는 것도 그래서다.
유니콘은 개발자의 손에서 탄생한다. 기업이 모시려는 개발자는 ‘손발’이 아니다. 기업의 두뇌와 중추 신경 역할을 할, 실력과 진취력을 갖춘 미래의 임원진 후보다. 한국에서도 개발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업들이 개발자 유치로 지금 어렵다지만, 바람직한 전개에서 겪는 성장통이다.
개발자 스스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실리콘밸리는 밖에서 보는 것같은 장미빛 환경이 아니다. 실력과 남다른 적극성, 언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승진은커녕 산발적으로 늘 일어나는 정리해고를 피하기 어렵다. 그만큼 냉철하면서도, 실력을 가꾸는 사람에겐 기회가 주어지는 자유경제 시장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비전, 유니콘을 넘어서서
하지만 경제적 보상만으로는 마음을 움직이기 어렵다. 남들이 별로 가지 않는, 곳곳에 난제가 도사린 길을 10년 후를 바라고 가야 하니 말이다. 글로벌 1위 서비스를 함께 키워나갈 진정한 동료가 되려면 서로 간에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장기적 안목, 끈기가 필요하다. 회사가 나의 역량과 결정을 믿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커 나갈 울타리가 되어줄 때, 비로소 구성원들도 책임의식을 갖고 자신의 업무에 온전한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게 아닐까.
스타트업을 키우다 보면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온다. 창업자에게나, 구성원에게나. 그때 돈 같은 외적 동기는 마음을 잡아주지 못한다. 일에 대한 사랑과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다면, 여기까지다.
‘유니콘’은 회사의 성장에서 거치는 하나의 마일스톤에 불과하다. 이미 우리는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10년 후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비전과 믿음을 갖고 집요하게 고객의 피드백을 따라가는 것, 그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팀 구성원 모두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스타트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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