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란시스 맥도먼드(64)의 소감은 간결했습니다. 셰익스피어 비극『맥베스』의 이 구절을 인용한 뒤엔 “우린 그 칼이 우리의 일이란 걸 안다. 저는 일을 좋아한다. 그걸 알아줘서 감사하다”고 짧게 말했죠.
1997년 시상식에서 코엔 형제 감독의 ‘파고’, 2018년 강간사망한 딸을 위해 분투하는 엄마를 열연한 ‘쓰리 빌보드’에 이어 오스카 여우주연상만 3개째입니다. 그가 제작을 겸한 이번 영화는 중국 감독 클로이 자오의 비백인 여성 최초 감독상에 더해 작품상까지 차지했죠. 그에 따라 맥도먼드는 하룻밤에 작품‧연기상을 겹수상한 최초의 여성이 됐습니다. 1949년 로렌스 올리비에가 ‘햄릿’으로 작품‧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에 이어서요. 당시엔 오스카 작품상에 영화사 이름만 올랐다고 하니, 같은 영화로 작품‧연기상 트로피에 동시에 이름을 새긴 걸론 맥도먼드가 사실상 처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아카데미 작품상 등 3관왕
'노매드랜드' 제작·주연 맥도먼드
'파고''쓰리…' 여우주연상만 3개째
작품상 수상소감 '아우우' 늑대울음
코엔 형제의 페르소나, 할리우드의 유랑늑대
‘노매드랜드’도 그가 2017년 미국 노년 빈곤층의 현대판 유목생활(노매드‧Nomad)에 관한 동명 논픽션을 읽고 그해 주목받은 신예 클로이 자오 감독을 발탁해, 갓 길 위의 삶에 들어선 주인공 펀까지 연기하며 산파 역할을 해낸 영화입니다. 예순이 넘어 하루아침에 직장 잃고, 고향 잃고, 남편까지 잃곤 전재산을 작은 밴에 싣고 떠난 펀이 되어, 그가 할리우드 배우인줄도 모르는 실제 노매드들 틈에 섞여 수개월간 미국 서부를 유랑하며 촬영했죠.
백인 빈곤가정에서 태어나 한 살반에 목사 가족에게 입양돼 미 전역을 떠돌며 살아온 그는 늘 ‘노동자계층’을 자처했죠. 그들 틈으로 몸소 뛰어든 이번 영화는 영화 속에서나 밖에서나, 인생 2막을 여는 새로운 출발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할리우드의 자발적 유랑자이자, 고독한 늑대처럼 살아온 배우 프란시스 맥도먼드. 이 ‘노매드랜드’ 오스카 주역이 걸어온 기묘하고도 용맹무쌍한 인생 길의 이야기를 팟캐스트 ‘배우 언니’(https://www.joongang.co.kr/Jpod/Channel/7)가 준비했습니다. 작품상 수상 무대에서 “아우우” 늑대울음 소감 비화까지 지금 들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