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오기, 42년만에 자연에서 태어났다...2마리 부화 성공

중앙일보

입력 2021.04.29 11:40

수정 2021.04.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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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중국에서 들여와 증식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따오기가 한국에서 멸종된 지 42년 만에 자연에서 부화에 성공했다. 2008년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에서 총 4마리의 따오기를 들여와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따오기복원센터’(이하 따오기센터)에서 증식·복원을 한 뒤 2019년 5월과 지난해 5월 40마리씩 총 80마리를 자연에 방사했는데 첫 성과를 거둔 것이다.  
 
29일 창녕군에 따르면 2019년 방사한 40마리의 따오기 중 2016년생 동갑내기 부부가 낳은 알이 지난 26일과 28일 잇따라 부화에 성공했다. 이 부부는 총 3개의 알을 낳았으나 하나는 포란(알을 몸으로 덮어 부화) 과정에 파손됐다. 또 다른 2019년생 암컷과 2016년생 수컷 부부는 4개의 알을 낳았는데 이 중 2개는 포란 중에 있고, 나머지 2개는 파손된 상태다.
 
따오기는 원래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였다. 논과 같은 습지에서 미꾸라지와 개구리 등 양서·파충류를 잡아먹었다. 그러나 생태계가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줄었다. 1979년 비무장지대(DMZ)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뒤 한국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연에서 부화에 성공한 따오기가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는 모습. 사진 창녕군

이후 2008년부터 경남 창녕군 유어면 따오기센터가 종 복원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해 한중 정상회담 당시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기증한 한 쌍과 2013년 시진핑 주석이 기증한 수컷 두 마리를 가지고 인공 또는 자연부화를 거쳐 현재까지 430여 마리가 태어났다.    


2017년까지는 인공부화로 따오기의 개체 수를 늘렸다. 따오기가 알을 낳으면 온도와 습도를 자동 조절하고 2시간마다 돌려주는 부화기에서 인공 부화(28일)한 뒤 계란 노른자와 미꾸라지 등을 먹여 키웠다. 인공부화가 자연부화보다 생존율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2018년부터 첫 자연 방사를 앞두고 실제 자연에서 생활할 때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자연부화를 시도했다. 자연부화는 따오기 한 쌍이 번갈아가며 알을 품어 새끼가 태어나는 방식으로 인공부화보다는 생존율이 낮다.  
 
또 방사될 따오기는 3개월 정도 동안 각종 적응 훈련을 받았다. 오전 6시와 오후 5시에는 둥지와 먹이터를 오가는 비행훈련을, 오전 9시 전후에는 습지에서 미꾸라지·지렁이 같은 먹이를 잡아먹는 훈련을 했다. 또 심한 사람·차 소리 등에 놀라지 않게 하는 대인·대물 적응 훈련도 했다  
 

지난해 따오기 2차 자연 방사 당시 모습. 송봉근 기자

최근 2년간 80마리 자연 방사 
이런 과정을 거쳐 2019년 5월과 지난해 5월 40마리씩 총 80마리가 자연에 방사됐다. 이 중 현재까지 생존한 따오기는 50마리(생존율 62.5%)인데, 이 중 2쌍이 이번에 자연에서 부화에 성공하거나 포란 중인 것이다.  
 
한정우 창녕군수는 “오랜 기다림 끝에 따오기 야생복원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는 역사적 순간이다”며 “현재 야생에 생존해 있는 따오기가 수컷의 비율이 더 높은 것을 고려해 오는 5월 6일 제3회 따오기 방사 때부터 암컷의 방사 숫자를 더 늘려 야생 따오기 성비를 1대1로 회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녕=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