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현지시간 29일)을 맞아 경제 정책에 자신의 색깔을 내기 시작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8일 ‘미 신정부 출범 이후 100일 공약 이행 현황 및 주요국 동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코트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자국산 물품 조달 강조, 탄소국경세 도입, 미·중 갈등 고조는 우리 기업에게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트라는 우선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따른 한국 기업의 위험 요소로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기조의 강화를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사업에 쓰이는 물품을 구매할 때 미국산 제품을 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특히 그동안 미 정부 구매에서 정보통신(IT) 제품은 바이 아메리칸 원칙을 적용 받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에는 IT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 개선안 마련을 지시해 한국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기후대응 동참 요구할 듯”
바이든 정부의 중국 견제 외교 행보도 한국 기업에겐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이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공개 거론하며 미·중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미국은 또 일본ㆍ인도ㆍ호주와 함께 쿼드(Quad) 협의체를 만들어 중국 견제를 시작했다. 이 같은 현상이 심해져 미ㆍ중간 첨단기술 교류가 중단되는 수준까지 이르면, 한국의 수출량도 줄어 국내총생산(GDP)에 2.0% 감소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 분석도 지난달 나왔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미ㆍ중 양측에서 수익을 올리는 게 한국 기업들의 당연한 도전 과제일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중 갈등이 격해지면 어느 한쪽 시장만을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별로 비상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조 달러 인프라 투자는 기회
바이든 정부가 연간 225억 달러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더 쓰겠다는 계획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미국이 자국 기술을 국제 표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외국과의 R&D 협력을 적극 권장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코트라는 “우리 기업의 상황, 개발 기술의 특성, 가용한 정부 프로그램을 고려한 협력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