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기지 앞 주민-경찰, 62일 만에 또 충돌
긴장감이 감돌던 대치 상황은 경찰이 강제 해산에 들어가면서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한 명씩 대열에서 분리시키는 방식으로 집회를 강제 해산시켰다. 해산을 거부하는 집회 참가자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날 부상자 3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현장에 2000여 명의 경찰력을 투입했다.
이날 집회는 전날 국방부가 사드기지에 공사 자재와 이동형 발전기 등을 반입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진행됐다. 국방부는 “28일 주한미군 성주기지에 대한 지상 수송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성주 사드 기지의 한미 장병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시설개선 공사용 자재 및 물자 수송과 이동형 발전기 교체 및 발전기 지원장비 수송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영향평가 전 기지 공사는 불법”
국방부 측은 “물자 반입에 어려움이 있어 사드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은 4년째 컨테이너로 지은 임시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방한 당시 사드 기지 내 장병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현재 성주 사드 기지에는 사드 1개 포대(발사대 6기)가 배치돼 있다. 하지만 이는 정식 배치가 아닌 ‘임시 배치’다. 이 때문에 기지 내 열악한 생활환경 개선이나 미군이 요구하는 사드 추가 배치와 성능 개량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국방부 측 설명이다.
사드가 정식 배치되지 않은 것은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아서다. 배치 전 기지 안팎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져야 사드 정식 배치가 가능하다. 당초 국방부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7년 4월 사드 기지에 대해 6개월 내 끝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한 달 뒤인 2017년 7월 국방부는 이를 ‘일반환경영향평가’로 방침을 선회했다. 일반환경영향평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비해 기간이 2배 이상 길어진다.
1년 걸린다더니…아직도 환경영향평가 결론 못내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6일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현재까지 국방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 의원 측은 “국방부는 사드 기지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정식배치가 필수임에도 환경부에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아예 협의요청도 하지 않아 4년간 진척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권 임기 내 정식배치조차 불투명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사드 관련 장비의 육로 이동을 막아서는 것도 일반환경영향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다.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기 전에는 사드기지 건설이나 성능 개량 등이 이뤄지는 것이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이번 충돌 역시 “사드 장비의 성능을 개량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주민들의 의혹을 해소하지 못해서 빚어졌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대규모 경찰 병력을 동원한 장비 반입 강행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드철회평화회의는 “코로나19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한 고령의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마을에, 오직 미군기지 공사를 위해 대규모 경찰 병력을 투입한 것은 주민과 경찰의 안전을 모두 위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성주=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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