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의원, 전주교도소 구금
전날 이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전주지법 김승곤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식의 시가나 채권 가치에 대한 평가 등 일부 쟁점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나 구속영장 심사 단계에서 요구되는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은 충분하다"며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피의자의 행태를 감안할 때 증거 변조나 진술 회유의 가능성이 있고, 피의자가 관련자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스타항공 500억원대 횡령 등 혐의
전주지법서 4시간가량 영장실질심사
李 "충분히 소명"…법원, 구속영장 발부
이에 현장에 있던 이스타항공 노조원 등이 "이상직을 즉각 구속하라"고 외쳤다. 앞서 이스타공대위와 전북민중행동,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관계자들은 이날 전주지법 앞에서 '배임횡령·정리해고 주범 이상직 구속 처벌 및 악의적 운항중단·임금체불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의 구속을 촉구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이 의원은 법원 앞에서 대기 중이던 승합차를 타고 전주교도소로 이동했다. 그는 '영장심사에서 어떤 말을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충분히 소명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가 전주교도소에 구금된 지 7시간30분 만에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법원이 국회에 제출한 이 의원 체포동의안에 따르면 이 의원은 2015년 3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이스타항공과 계열사 6곳을 실질적으로 소유하면서 회삿돈 58억4500만원을 빼돌린 혐의다. 이 의원 측은 이 돈을 정치자금과 선거 기탁금, 딸의 고급 오피스텔 임차료 등으로 사용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민주당 소속 재선…횡령 의혹 일자 탈당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임일수)는 지난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과 업무상 횡령,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이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회는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총 투표 수 255표 중 찬성 206표, 반대 38표, 기권 11표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이 의원은 표결 직전 신상 발언을 통해 "체포동의 부결을 통해 입법부의 권위와 자존심을 살려서 검찰의 오만한 수사권 남용에 대한 준엄한 질책과 경종을 울려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지만, 결과는 찬성률 81%였다. 이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당선됐다가 이스타항공 횡령 의혹이 일어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되자 자진 탈당했다.
"딸 포르쉐는 안전용" "난 불사조" 발언 논란
또 지난 1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전주지법에 출석하면서 동행한 변호인에게 "사람들이 날 자꾸 건드린다. (그러나) 나는 불사조다. 불사조가 어떻게 살아나는지 보여주겠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대화는 당시 이 의원 재판을 참관하러 온 이스타항공 노조 관계자가 이 의원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포착됐다고 한다.
검찰은 구속된 이 의원을 상대로 횡령 자금의 구체적 사용처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