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영웅이 됐지만(‘대한의 건아’ 같은 표현이 안 나온 게 다행), 그의 무명기는 길었다. 인천에서 교편을 잡았던 때, 그는 외로웠다. 그런 그가 고독과 무시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성공을 일구자, 우린 온갖 유난을 떨며 그를 허둥지둥 자랑스러워한다. 검은 머리의 미국인인 그에게 검은 머리 한국 정치인들이며 외교관들이 나서 감격 운운하며 숟가락 얹기에 바쁘다. 자기의 할 일을 했을 뿐인 한국계 기자에겐 어떻게 당신 따위가 그럴 수 있느냐며 아귀처럼 달려들어 악플 테러를 한 이 나라에서 말이다. 2019년 당시 논평이니 고릿적 이야기일 뿐이라고? 악플 테러의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다.
10년 가까이 기자로 일했던 영어신문, 코리아 중앙데일리의 한 캐나다인 에디터가 불같이 화를 낸 적이 있다. 한국인은 단일민족이라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모 유명인사의 칼럼을 두고서다. 그는 “팩트도 아닌 이런 신화를 만드는 게 차별”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틀린 말, 아니다.
윤여정씨가 오스카 트로피를 탄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로 끝을 갈음한다. “무지개도 일곱 가지 색으로 이뤄져 있다.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게이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다.”
전수진 투데이&피플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