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세무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고액급여·퇴직금 및 무형자산 편법 거래(15명) ▶회사 부동산 불법증여(11명) ▶기업자금 유용(4명) 등 크게 3가지 유형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사례를 차지한 것은 급여나 퇴직금을 과도하게 높여 받거나 상표권 등 회사의 무형자산을 사주일가 것으로 등록해 회삿돈을 빼돌린 사례다.
국세청은 과도한 급여를 책정해 사주일가에 이익을 몰아줬다고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법원 판례에 따르면 동종 업계 임직원보다 급여 수준이 지나치게 높거나 영업이익에서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하면 부당 급여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C씨의 경우 유사 직위 다른 핵심 임원들 보다 무려 10배 이상 급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회사 영업이익이 급감한 시기에도 사주일가 급여 수준은 오히려 더 상승했다.
회사를 이용해 부동산을 변칙 증여한 사례도 있었다. E씨 자신이 가진 서울 강남의 땅을 절반 수준 가격으로 자녀들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 넘겼다. E씨는 땅을 판 가격을 적게 신고해 양도소득세을 회피했고 자녀들도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덜 낼 수 있었다.
아예 자신의 돈처럼 회삿돈을 빼돌려 호화생활을 누린 고위임원도 수사대상이 됐다. 회사 핵심 임원인 F씨는 배우자 이름의 위장업체를 설립하고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이 회사에 막대한 자금을 빌려주게 했다. 이후 이 위장업체는 수익이 없다는 이유로 이 자금을 갚지 않았고, E씨의 회사도 자금 회수를 포기했다.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E씨는 고급 아파트와 최고급 스포츠카를 취득하는 등 호화생활을 누렸다.
이 같이 사주와 고위임원이 회사 이익을 독점하는 경향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상장기업 임원 보수는 사주가족 임원이 비사주가족 임원에 비해 약 1.5배 정도 더 많았다. 또 기업집단이 사용하는 상표권에서 사주일가 지분이 20%가 넘는 회사 비율도 2019년 기준 85.7%(36개사)로 대다수를 차지 했다.
특히 독점한 회사 이익은 자녀에게 대물림 되기도 했다. 이번 적발한 탈세 혐의자 자녀의 부동산과 주식 금액 합계는 2019년 기준 약 3조2455억원이었는데, 이는 2015년(2조1524억원)에 비해 약 1조원 늘어난 수치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과정에서 증빙자료의 조작, 차명계좌의 이용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