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망신주기식 질문, 저조한 의원 출석률, 낯 뜨거운 지역구 민원성 질의 등. 숱한 무용론을 낳아왔던 대정부질문의 폐해들이다. 그럼에도 대정부질문은 삼권분립 체제에서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유의미한 견제수단이다. 국정 전반에 대해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해 물으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은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난 계기는 1995년 14대 국회 대정부질문이었다. 당시 박계동 민주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100억원짜리 입금조회표를 흔들면서다. 지금은 주춤하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존재감을 부각시킨 계기도 총리 재임 시절 대정부질문에서 보인 ‘사이다 총리’ 면모를 꼽는 이들이 있다.
개각 1시간 뒤 총리 이임식 이례적
국회서 “탈영” 비판 부른 ‘칼퇴임’
“능동적 국회” 의장 이력과 부조화
1년 3개월간 재임했던 총리직에서 물러난 정 전 총리는 밀린 숙제하듯 발걸음이 분주하다. 사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18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일산 사저를 찾았고, 이후 19일 4·19 민주묘지 참배, 21~23일 언론 인터뷰, 25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등 숨가쁘게 뛰고 있다. 강행군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다. 두 달 뒤면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 예비경선 일정이 시작된다. 여권 내 ‘이재명 독주’ 구도 속에 이낙연 의원 지지율이 출렁거리며 제3후보론이 들썩이는 상황이다. 친노와 친문을 아우르며 당내 기반이 견고한 정 전 총리로선 시동을 걸 때라고 판단했음 직하다.
국회의원 선거에 6번 출마해 모두 득표율 50%를 넘기며 내리 6선을 한 전적도 있다. 1996년 15대 총선부터 2008년 18대 총선까지 텃밭인 전북 진안-무주-장수에서 4연승 한 정 전 총리는 2012년 19대 총선 때 서울 종로로 옮겨서도 홍사덕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2016년 20대 총선에서 오세훈 당시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하지만 아직 차기 주자 지지율에서 5% 벽을 못 넘는 등 대중적 임팩트가 약한 건 난제로 남아 있다. 앞으로는 도약할 수 있을까.
이런 관전 포인트에도 불구하고 정 전 총리의 칼퇴임은 차기 대선을 향해 뗀 발걸음에 흠집을 남겼다. 야당 공세는 차치하더라도, 그는 총리 이전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국회의장 출신이다. 2016년 6월 9일 20대 국회 전반기 2년을 이끄는 국회의장에 뽑히자 정세균 당시 의장은 “국회가 단순히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권한을 적극 행사하고 책임도 지겠다”고 했었다. “국정의 한 축으로서 역할 하는 ‘능동적 의회주의’를 구현해내야 한다”(2016년 6월 13일 20대 국회 개원사)며 입법부 권능을 강조하던 ‘국회의장 정세균’ 그리고 국회 대정부질문을 사흘 남기고 총총히 떠난 ‘총리 정세균’은 하나로 포개지지 않는다.
김형구 정치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