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이날부터 다음 달 2일까지를 ‘특별방역관리 주간’으로 정해 공무원 회식·모임 금지 조치 등을 내리면서 공무원 사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침이 모호한 데다 실효성이 떨어져 애먼 공무원만 옥죄는 조치라는 게 불만의 요지다.
4인 이하 부서간 회식까지 금지
정부 특별방역관리에 불만 쏟아져
레임덕 차단용 기강 다잡기 해석도
재택근무 확대엔 “의무 아닌 권고”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이모(42) 서기관은 “공무원은 기본적으로 책잡히기 싫어하기 때문에 알아서 친목 모임을 자제해 왔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김모(36) 사무관도 “예외적 식사 허용 조건인 ‘업무상 필요’의 경계가 불분명해 아예 약속을 잡지 않는다”며 “새삼스럽지 않은 지침인데 공무원만 콕 집어 얘기하니 죄 지은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함께 발표된 재택근무·시차 출퇴근제 확대 지침도 딴 나라 얘기이긴 마찬가지다.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이라서다. 세종시 중앙부처는 이미 지난해부터 부서 근무 인원의 30% 이내에서 재택근무할 수 있도록 했지만, 비율을 다 채워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기재부의 한 과장급 간부는 “그동안에도 잘 활용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1주일 만에 확대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대선을 1년 앞둔 정부가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막기 위해 공직 기강 다잡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해영(전 정부업무평가위원회 민간위원장)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공직 기강 확립의 명분으로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최근의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깔린 것 같다”며 “통제하기 쉽다는 이유로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건 코로나19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코로나가 안 잡히니까 만만한 공무원만 잡는다” “공무원은 사생활도 없느냐” 등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공무원 사회 일각에선 “모범이 돼야 할 대통령도 5인 이상 모임을 하는 마당에 우리만 조심하라는 거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교체된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전직 참모 4명을 관저로 불러 술을 곁들인 만찬을 한 것을 꼬집으면서다.
공무원들의 불만에 대해 최선호 인사혁신처 복무과장은 “대유행의 고비에 있는 만큼 일주일만 공공부문이 선제적으로 방역 조치를 지켜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권혜림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