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날 보도에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이란 반체제 매체인 '이란 인터내셔널'이 입수한 녹음 파일 내용을 인용해 자리프 장관이 사망한 혁명수비대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의 독주를 비판했다고 전했다.
“솔레이마니, 회담 때마다 매번 훈수”
“혁명수비대 영향력 냉전 시기 유사”
FT는 유출된 파일은 지난 2월 24일 이란 외무부가 정부 기록용으로 진행한 전체 7시간의 인터뷰 중 3시간 분량이라고 전했다.
이란 외무부는 인터뷰 사실을 인정했으나, 내부적으로 기록을 남기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외무부는 "(보도 내용은)자리프 장관이 솔레이마니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왜곡됐다"며 "허가가 나면 전체 인터뷰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외무부에 대한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이 냉전 시대와 유사하다는 얘기도 했다. 자리프 장관은 "혁명수비대와의 관계에 그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모든 사안을 안보 프레임으로 보는 세력이 이란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5년 당시 핵합의(JCPOA) 통과를 방해하기 위해 이란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을 공격하는 등 합의를 막으려는 세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자리프 장관은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JCPOA 협상을 방해하려 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혁명수비대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했을 당시 공개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로 오는 6월 18일 대선을 앞둔 이란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파 이슬람 정권의 신정정치를 수호하는 역할을 해 온 혁명수비대가 자리프 장관이 속한 중도 진영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이번 사건을 활용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혁명수비대측 관계자는 유출된 파일로 인해 자리프를 해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도파의 한 정치인은 이번 사건이 자리프의 대선 출마를 막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혁명수비대가 장악한 이란 헌법수호위원회의 후보자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