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 크록스에 심장 클러치까지...코로나19에도 쇼는 계속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4.2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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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의 잔치였다. 코로나19로 지난 일 년간 화려한 시상식 행사가 전무했던 가운데, 아카데미 시상식만큼은 축소된 규모였지만 제대로 치러졌다. 그 흔한 마스크도 없었다. 물론 카메라 앞에서만 허용된 사치였지만, 덕분에 시청자들은 스타들의 화려한 드레스 자태를 엿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25일(현지시각) 오후 3시경부터 미국 로스엔젤레스 옛 기차역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약 3000여명의 출연자 및 관계자들이 모였던 여느 아카데미와 달리 약 170여명으로 인원이 제한된 채였다. 다만 격식은 갖췄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참석자들에게 캐주얼이 아닌 제대로 된 의상을 입을 것을 권고하는 복장 규정이 있었다고 한다.  

2021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 패션

여우조연상 쾌거, 윤여정의 선택은

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 사진 연합뉴스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유명한 배우 윤여정은 이날 단정한 네이비 드레스와 백발의 헤어로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였다. 두바이 디자이너 브랜드 마마르할림의 짙은 네이비 드레스에 쇼파드의 화려한 주얼리, 로저 비비에의 클러치 등을 매치했다. 특히 백발의 업스타일 헤어는 74세 노장 배우의 우아함을 한껏 살려준 신의 한 수였다. 어느 하나 튀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스타일로 역시 윤여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영화 '미나리' 출연진 및 관계자들. 왼쪽부터 배우 스티븐 연과 아내 조아나 박, 윤여정과 한예리, 정이삭 감독과 아내 발레리 정. 사진 연합뉴스

 
함께 등장한 영화 ‘미나리’ 식구들의 패션도 눈길을 끌었다. 배우 한예리는 붉은색 루이비통 드레스를, 스티븐 연은 구찌의 커스텀 수트를 착용했다. 아역 배우 앨런 킴은 톰 브라운의 아동복 수트를 입고 귀엽고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는 한복 스타일의 의상과 보자기 가방을 들고 레드카펫에 올랐다. 퓨전 한복 드레스와 가방은 한국계 이민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다.  

영화 '미나리'의 아역배우 앨런 킴과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 사진 연합뉴스=AFP

 

반짝이거나 화사하거나, 화려함 극치 달린 드레스

황금색 화려한 드레스 자태를 선보인 배우 캐리 멀리건. 사진 연합뉴스=AFP

유명 패션 하우스의 홍보 각축전이기도 한 시상식 레드 카펫. 명품 드레스를 입은 여배우들의 행렬도 이어졌다. 이번 오스카에선 특히 반짝이는 시퀸, 새틴 소재의 드레스가 다수 등장했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에서 호연을 보여줬던 캐리 멀리건은 발렌티노의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영화 ‘더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vs. 빌리 홀리데이’의 주연 배우 안드라 베이 역시 과감한 트임이 돋보이는 황금색 드레스로 화려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영화 ‘그녀의 조각들’의 바네사 커비는 옅은 분홍색 새틴 드레스와 이와 대조를 이루는 짙은 입술 색과 손톱 색으로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였다. 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의 제작자로 참석한 마고 로비는 반짝이는 시퀸 소재의 샤넬 드레스로 눈길을 끌었다.  

과감한 트임의 황금색 드레스를 입은 안드라 베이, 분홍색 새틴 드레스의 바네사 커비, 시퀸 소재 드레스의 마고 로비. 사진 연합뉴스

 
화사한 컬러의 향연 역시 이어졌다. 샛노란 드레스로 시선을 사로잡은 배우 젠데이아 콜먼은 같은 색의 샛노란 마스크까지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안젤라 바셋은 둘 다 강렬한 붉은색 드레스로 화려한 시상식 룩을 연출했다. 이날 각본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레지나 킹은 어깨 부분의 날개 장식이 특징적인 루이비통의 커스텀 드레스를 입었다. 밝은 하늘색 컬러로 은색 비즈가 촘촘히 수 놓인 화려한 스타일이었다.  

선명한 노란색 드레스를 입은 젠데이아 콜먼, 강렬한 붉은 드레스 차림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레지나 킹의 하늘색 드레스. 사진 연합뉴스

 

진기한 클러치와 금색 크록스도 등장

지난 4일 열린 미국 배우 조합상의 한인 배우 제이미 정의 모습. 메시지가 담긴 클러치를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해 레드 카펫은 메시지 전달의 장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골든 글로브에선 할리우드의 성희롱 문화에 항의하는 메시지를 담은 검은 드레스의 행렬이 이어졌다. 지난 4일 열린 미국 배우 조합상(SAG)에서는 배우 제이미 정이 ‘아시안 증오 멈춰라(Stop Asia Hate)’라는 문구가 적힌 붉은색 클러치 백을 들고 레드카펫에 올랐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의상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암울한 코로나19 시대에 작은 위로라도 던지듯 사이사이 재치 넘치는 액세서리가 등장했다. 

심장 모양의 클러치를 들고 오스카 레드카펫에 등장한 셀레스트 웨이트, 독특한 새우 클러치를 든 각본가 에리카 리비노자. 사진 연합뉴스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뮤지션 셀레스트 웨이트는 심장 모양의 클러치를 소중하게 들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진기한 클러치의 행렬은 각본가 에리카 리비노자의 새우 무늬 클러치로 이어졌다. 흰색 플라스틱 소재의 클러치에 분홍색 자개 문양의 새우가 수 놓인 독특한 디자인이었다. 올해 오스카 음악감독이었던 뮤지션 퀘스트러브는 비록 크록스지만 반짝이는 금색을 선택, 시상식에 걸맞은 유쾌한 패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황금색 크록스로 시상식 패션을 완성한 뮤지션 퀘스트 러브. 사진 연합뉴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