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있는 온대성 기후예요. 그중 한여름 장마철과 추운 겨울은 웬만한 농작물이 버티기 힘든 환경이죠. 농촌에서는 계절에 맞춰 4월에는 장마가 오기 직전 수확할 수 있는 농작물을 심고, 장마가 끝나면 한파가 오기 전 수확해 김장할 수 있는 배추·무를 심어요. 또 10월 김장철쯤에는 한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는 마늘·양파 등을 심어 봄에 수확하죠. 농작물 중에는 도시에서도 키울 수 있는 종류가 꽤 많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내면 어린 농부가 되어 텃밭을 가꾸며 하루를 보낼 수 있죠. 송현근·전지윤 학생기자가 텃밭을 가꾸는 일일 농부가 되기 위해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질울 고래실 마을을 찾아 최용석·장덕선 농부와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질울 고래실 마을은 2006년부터 도시민들에게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계절별로 영농체험·생태체험·생활문화체험·놀이문화체험·음식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에요. 오늘은 봄에 어울리는 농작물을 알아보고, 직접 텃밭도 가꿔볼 거예요. 최 농부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마을회관 주변 작은 텃밭으로 이끌었죠. 가장 먼저 땅 위에 놓인 농기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삼각형 모양 얇은 철판이 길고 굵은 나무막대에 연결된 이 연장은 흙을 팔 때 쓰는 삽이에요. 땅에 날을 넣고 삽 머리 부분을 발로 밟으면 단단한 흙을 팔 수 있어요. 근데 허리를 숙여야 해서 허리가 좀 아파요. ‘ㄱ’ 자 모양으로 생겨서 한쪽에 넓적한 날이 있는 건 괭이라고 해요. 날이 삽만큼 깊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서서 작업하기 때문에 허리는 덜 아파요. 위는 넓적한 삼각형 모양이지만 끝은 뾰족한 호미는 바닥에 있는 풀을 뽑을 때 사용해요. 긴 나무막대기에 여러 개의 날이 달린 쇠스랑은 바닥에 있는 낙엽 등을 긁어내거나, 울퉁불퉁한 땅을 평탄하게 정리할 때 써요. ‘ㄱ’ 자 모양에 안쪽으로 날을 낸 건 작물을 베거나 나무 잔가지를 끊어낼 때 쓰는 낫이에요."
최 농부가 농기구를 하나씩 들어 보이며 이름과 용도를 설명한 뒤 비료 포대를 가져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줬어요. "비료는 토지의 생산력을 높이고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기 위해 뿌리는 영양물질이에요." 최 농부가 비료 통을 어깨에 메고 손에 쥔 비료를 뿌리는 시범을 보이자 현근·지윤 학생기자도 비료 통을 이어받아 텃밭 가장자리까지 골고루 비료를 줬어요. 그리고 쇠스랑과 괭이로 비료와 흙을 잘 섞어주면 농작물이 배불리 먹을 영양분이 땅에 스며들죠.
이제 농작물의 보금자리를 구획해야 합니다. 땅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좁게 들어간 고랑을 길게 내요. 고랑으로 인해 생긴 이랑에는 검은색 비닐을 덮죠. "땅에 비닐을 덮으면 바람에 의해 토양 속 수분이 증발하는 걸 막을 수 있어요. 또 검은색 비닐은 태양의 열에너지를 빨아들여 땅속에서 잡초 등 다른 식물의 새싹이 자라지 못하게 합니다."
씨감자 옆자리에선 쌈 채소가 뿌리를 내리고 자랄 거예요. 최 농부가 미리 준비한 적상추·로메인 상추·치커리·파 모종을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보여줬어요. 로메인(romaine) 상추는 배추처럼 잎이 크고, 잎의 한가운데를 세로로 통하는 잎맥도 굵어요. 고대 로마인들이 즐겨 먹었다고 해서 로메인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잎의 생김새가 민들레 잎과 비슷한 건 치커리, 잎이 두껍고 붉은색을 띤 건 적상추예요. "채소는 몸의 80%가 수분인 경우도 있을 만큼 줄기·잎 안에 수분이 많아요. 그런 채소들은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죠. 잎과 줄기가 얼어버리면 채소를 구성하는 세포들이 부서지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수분이 많은 쌈 채소는 봄에 심어서 장마가 되기 전 수확해 먹어요."
최 농부가 곡괭이로 달래를 캐는 방법을 설명했어요. 먼저 곡괭이의 날 사이로 달래를 집어넣고, 곡괭이 날의 뒷부분을 손힘으로 눌러 달래의 덩이줄기와 뿌리까지 땅에서 캐내면 됩니다. 각각 다섯 개씩 달래를 캐기로 한 현근·지윤 학생기자. 야무지게 곡괭이를 손에 쥐었지만 달래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네요. "어우, 아무리 곡괭이에 힘을 줘도 뿌리가 밖으로 안 나와요." 낑낑대는 지윤 학생기자. 한참 동안 사투를 벌인 끝에 유달리 큰 달래를 손에 쥡니다. "우와, 엄청나!" 한 번 요령을 터득한 지윤 학생기자가 현근 학생기자에게 달래 캐는 법을 전수합니다. "오빠, 곡괭이 날의 뒷면을 누르면 달래 뿌리가 땅에서 나올 거야."(전) 같이 씨감자와 쌈 채소를 심어봤기 때문일까요. 호흡이 척척 맞는 두 사람입니다.
"달래는 어느 정도 캤으니 이제 쑥을 한 번 뜯어봅시다." 달래가 차곡차곡 쌓인 바구니를 든 최 농부와 함께 걸음을 조금 옮기니 밭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쑥이 보였죠. "4월에 나오는 쑥은 연해서 먹기 좋고, 영양가도 높아요. 칼로 쑥의 밑부분을 싹 자르고, 잡풀을 털어 바구니에 담으면 돼요.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최) 열심히 쑥을 캐는 소중 학생기자단. 쑥이 자리 잡은 밭두렁은 다른 생명들의 서식지이기도 해요. 바닥을 기어가던 무당벌레를 바라보던 지윤 학생기자가 달팽이 껍질을 발견하더니 "우와, 가져가야지" 하고 호주머니에 집어넣습니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봄날. 수탉의 "꼬끼오~" 소리가 들려오는 텃밭 풍경이 평화롭기만 하네요.
글=성선해 기자 sung.sunhae@joongang.co.kr 사진=박종범(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송현근(서울 고덕중 1)·전지윤(경기도 낙생초 4)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할아버지께서 취미로 밭을 관리하시지만 저는 텃밭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취재로 텃밭을 관리하면서 느끼는 보람과 노력을 알았고, 텃밭에 대한 흥미가 생겼어요. 1년 내내 그곳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을 보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몇 시간만 일해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말이죠. 취재하면서 쌈 채소를 심고 직접 캔 봄나물전로 전을 만들어 먹어보니 기분이 뿌듯했습니다.
송현근(서울 고덕중 1) 학생기자
첫 취재가 텃밭 체험이라 봄 내음을 맡을 생각에 정말 신이 났어요. 질울 고래실마을에서 많은 체험을 했는데, 그중에서도 달래와 어린 쑥을 캐러 갔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하루 동안 탁 트인 야외에서 봄바람을 쐬며 괭이로 밭을 갈고, 모종을 심고, 봄나물전 만들기를 하면서 어린 농부가 된 것 같았어요. 또한, 우리가 평소에 먹는 채소들이 농부 아저씨의 노력과 정성으로 길러진 것임을 알게 되었어요.
전지윤(경기도 낙생초 4)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