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굳이 보아오 포럼에 참석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시 주석의 화상을 통한 포럼 참석이 막판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당초 중국 국가부주석 왕치산(王岐山)의 연설이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포럼 진행자는 반기문 포럼 이사장의 말이 끝나자 왕치산이 무대에 올라 축사를 할 것이라 말했다.
한데 왕은 “축사는 시진핑 주석이 한다”며 “내 역할은 임시 사회자”라고 했다. 왕은 시진핑 집권 1기 때 최고 지도부인 7인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한 명이었고 지금도 서열 8위 의전 대접을 받는다. 그런 그가 베이징에서 2800㎞ 가까이 떨어진 보아오까지 그저 ‘임시 사회자’ 역할을 맡으러 내려갔겠나. 중화권 언론은 왕의 연설이 예정돼 있었는데 갑자기 시 주석의 연설로 바뀐 것으로 본다.
이렇게 쉽게 중국의 초청에 응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올해 포럼 참석자 면면을 봐도 우리 대통령이 꼭 참석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시 주석 연설 뒤 문 대통령을 포함해 브루나이와 라오스·스리랑카·캄보디아·칠레 등 14개 국가 지도자가 메시지를 보냈다. 미 동맹국 중에선 우리가 유일하다. 지난 설 때 중국 인민망(人民网)에 우리 총리와 국회의장 등 지도급 인사가 대거 출연해 중국에 새해 인사를 한 게 떠오른다.
반면 한국의 중국 전문 잡지는 전직 주한 중국대사의 글 하나 편하게 받지 못한다. 중국 당국의 허가가 쉽게 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한국은 참 쉬운 나라”란 말이 나올 법하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