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온라인 맘 카페에 ‘육아 휴직 답례품’을 검색하면 관련 글이 다수 게시돼 있다. 주로 출산을 앞둔 회원이 “출산휴가 전에 팀에 선물 돌리셨나요?” “육아 휴직 답례품 추천 부탁드려요” 등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다. 댓글에는 육아 휴직 경험이 있는 회원들이 “복직 계획 있으시면 간단한 거라도 돌리는 게 좋다” “저는 대체 인력 없이 제가 티오를 잡고 있어서 점심 식사비를 냈는데 잘한 것 같다”는 글이 이어졌다.
SNS에 ‘#육아 휴직답례품’을 검색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답례품 업체의 제품 홍보 글을 비롯해 여성들이 직접 돌린 답례품 ‘인증’ 글이 1000건 이상 나온다. 주로 간식이나 양말, 비누 등에 ‘그동안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아기 낳고 건강하게 돌아오겠습니다’ ‘날씬해져서 돌아올게요'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이런 문화 확산에 부정적인 의견도 많다. “자기 권리를 정당하게 쓰는 건데 왜 선물까지 준비하며 죄송해야 하냐. 나쁜 선례를 만들지 말라”면서다. 임신ㆍ휴직 기간 배려를 받은 데 대한 감사 표현이라고 해도, 국가ㆍ회사 차원의 지원 미비 문제를 왜 개인이 눈치를 보며 해결해야 하냐는 것이다.
직장 내에 이미 정착한 ‘답례품’ 문화 때문에 본인도 동참하게 됐다는 A씨는 “왜 엄마들이 죄인이 되어야 하냐. 이런 분위기가 결국 여성을 경력단절녀로 만든다”고 토로했다.
“출산ㆍ육아로 직장에서 불리해”
지난 1월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국가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경력단절 여성의 규모는 150만 6000명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30대가 46.1%로 가장 많았다. 올해 둘째를 출산할 예정인 남모(32)씨는 “언론을 통해 출생률이 낮다는 이야기를 최근 더 많이 접하게 되는데, 실제 현실은 이런데 누가 선뜻 애를 낳겠나”라며 “선물을 돌려서라도 욕을 덜 먹고 싶은 여성의 마음이 육아 휴직 답례품 문화에 반영된 듯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흐름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답례품을 돌려 심적 부담을 덜 수 있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흐름”이라며 “이는 육아 휴직이 유연ㆍ탄력 근무와 동일시 되면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어 “80년대부터 남녀 구분 없이 유연·탄력근무제가 시행된 독일의 경우 육아로 잠시 쉬어가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독일에선 굳이 육아가 아니라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평소에도 유연·탄력근무를 해왔기 때문에 업무를 분담하는 직장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