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다. 조금만 더 시간을 달라."
김씨는 카페 문을 연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나다시피 했다. 지난해 한 달 매출은 최저 14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매달 임대료나 전기세로 400만~500만원이 나간다. 매출로 운영비를 못 내다보니 부모나 친구 등 주위에 손을 벌리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거기에 더해 차량담보대출과 불법 일수까지 끌어다 썼다. 지난 1년 남짓 동안 1억원 가까운 빚이 쌓였고 전기료, 카드값, 차량 할부까지 모두 밀려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빚의 수렁에 빠진 자영업자
"아침이면 눈 뜨기 싫어…소주 있어야 잠자리"
자영업자 절반이 1인당 빚만 3억3700만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점점 더 깊은 빚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03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18조6000억원 늘었다. 2012년 이후 최고치다. 국내 자영업자는 총 542만명으로, 그중 절반에 가까운 238만명이 1인당 평균 3억3760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매출은 전년보다 매 분기(2~6%씩) 줄었고, 그에 따라 대출은 증가했다(10~17%씩). 매출은 줄고 빚은 늘다 보니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지난해 초 195.9%→연말 238.7%).
실제로 자영업자 10명 중 9명은 코로나 19 이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하소연한다. 20여개 자영업자 단체로 구성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가 2월 20일부터 한 달간 자영업자 154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지난 1년간 부채는 5132만원이 늘었고, 종업원도 4명에서 2.1명으로 줄였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가량(44.6%)이 폐업을 고려 중이었다. 통계청 3월 고용 동향에서도 지난달 고용원(직원) 없는 자영업자가 415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3000명이 늘었고,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30만4000명으로 같은 기간 9만4000명 줄었다.
영업시간 줄여 장사 더 안되는 악순환
“일회성 지원보다 폐업·기술훈련 지원해야"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 부채가 많기도 하지만 특히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는 게 문제"라며 "다중채무자(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사람) 중에서도 자영업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난지원금처럼 일회성 지원으로는 개선이 안 되고 경제가 좋아져도 자영업자 빚이 갑자기 줄지는 않을 것"이라며 "폐업 지원이나 재취업 교육, 기술 훈련처럼 큰 그림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