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17세기 탄생 시기부터 지금까지 언어와 음악 사이에서 상생과 라이벌 관계를 지속해왔다. 특히 극적 내러티브와 등장인물의 대사를 어떻게 음악적으로 실현하는지는 오페라 창작의 핵심 과제였다. 예컨대 18세기 ‘부퐁 논쟁’에서 사상가이자 오페라 작곡가였던 루소는 오페라에 대한 미학적 논쟁을 벌이며, 프랑스어가 오페라에 어울리지 않는 언어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주장하였다. 루소에게 프랑스어는 비음악적 언어였으며 경직되고 거슬리게 느껴진 것이다. 한국어는 어떠한가?
외국 오페라의 한국어 번안도 성공적이라 평가된다. 도니제티의 ‘엄마 만세’의 한국어 공연은 바로 이해할 수 있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덕에 오페라에 푹 빠져 감상할 수 있었다. ‘아무리 잘난척 해도 소용없어’라고 외치며, 자신의 딸이 부를 ‘아리아를 넣지 않는다면 박살날 줄 아세요’라고 노래하는 엄마 아가타에게 ‘아줌마’라 비난하는 장면에서 청중은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베를린 코미쉐 오페라극장에서 모든 오페라를 독일어로 번역하여 공연하는 것도 이러한 전달력 때문일 것이다.
이번 오페라축제는 한국어도 오페라의 언어로 당당히 등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국내 관객이 비로소 온전한 의미의 ‘종합예술’을 객석에서 경험할 수 있게 되었으며, 언어와 음악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작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