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5~6월 대규모 주거지로 개발하는 용산정비창 부지 인근과 국제교류복합지구 등 개발사업을 벌이는 강남구·송파구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에선 직접 거주할 목적이 아니면 주택을 살 수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검토까지 했으나 도심에서 주택을 대상으로는 결국 시행하지 않았을 정도로 강도가 센 규제다.
압구정동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시장 영향
압구정동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그동안 정체됐던 재건축이 이제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매물을 알아보던 매수자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 규제 완화와 거래 규제 강화라는 '투트랙'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개발은 자연히 거래와 가격을 자극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건축 등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전 선제적인 조치로 거래를 묶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규제를 풀더라도 강력한 투기 억제책도 병행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라고 덧붙였다.
오 시장 당선 후 재건축 등 기대감으로 달아오른 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다소 움츠러들 것으로 예상된다. 거주할 계획 없이 전세를 낀 '갭투자' 등으로 사려던 투자 수요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뛰던 호가도 매수세 감소로 주춤할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이 급랭하거나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이나 재개발된 고층 아파트를 원하는 실수요가 많다"며 "집 주인이 개발 끝까지 가려는 경우가 많아 매물도 드물다"고 말했다.
목동 재건축 아파트를 가진 박모씨는 "재건축을 기다리던 입장이어서 어차피 팔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오히려 재건축 등 사업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거래 제한으로 재산권 행사가 어려워진 마당에 사업을 오래 끌 이유가 없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투기 리스크를 줄였다면 조속히 재건축 등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장원·김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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