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신 자국주의’로 하반기 백신 수급난 심화
더욱이 미국이 백신에 ‘자국 우선주의’를 적용하면서 향후 백신 확보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백신 효과 보강을 위해 부스터샷(추가접종) 여부를 여름이 끝날 때쯤 결론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3차 접종이나 다름없는 부스터샷이 시작되면 백신 수급난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
“삼성이 美 반도체 투자하면, 백신 공급 물꼬 트일 것”
이 같은 ‘백신 스와프’를 처음 제안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신뢰에 기반한 ‘백신 동맹’을 맺어야 한다”며 “미국에서 백신을 긴급 지원받고, 추후 반도체 등의 전략물자로 갚는 등 다양한 방식의 스와프를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백신 스와프’를 위해 미국과 반도체·배터리 분야의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중을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리가 미국을 도와줄 수 있는 분야도 있다”며 “민간 기업의 협력 확대가 미국 내 백신 스와프 여론을 형성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 민간 외교관으로 활용하자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것처럼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이 부회장의 인맥 네트워크로 백신 확보에 힘을 보태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수출 규제, 코로나19 초기 때 해결사 역할
또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중국의 보아오포럼에서 이사로 활동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돈독한 관계를 쌓았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흐안 아랍에미리트연합 왕세제 등과도 가까운 사이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 별세 때 부시 전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 등이 빈소에 조화를 보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해외 정·관계 유력 인사와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의 경제·외교·안보에서도 ‘막후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정국으로 한·중 관계가 불편했던 2019년 시진핑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의 고향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공장에 80억 달러 추가 투자를 결정하면서 ‘윤활유’ 역할을 했다. 같은 해 7월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를 선언했을 때도 가교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이때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 기업 고위 관계자들과 수입선 다각화, 우회 수출 같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이 부회장에 ‘백신 특사’ 맡겨야”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이 부회장을 사면시켜 ‘백신 특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긴급 임시 석방해 한·미 정상회담에 대동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중진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국익을 생각해 역할이 있으면 (이재용 부회장 사면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