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 부통령을 지냈던 월터 먼데일이 2010년 펴낸 자서전 『굿 파이트(The Good Fight)』에 쓴 문장이다. 70여 년 동안 미국의 대표적 진보 정치인으로 살아온 그가 19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93세. 뉴욕타임스(NYT)는 “전직 부통령이자 진보주의 정치의 챔피언이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유족은 그가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인은 밝히지 않았다.
월터 먼데일 전 미국 부통령
84년 대선 출마, 레이건에 졌지만
미 사상 첫 여성 부통령 후보 띄워
NYT “진보정치의 챔피언 별세”
부통령 임기를 마친 뒤 그는 84년 대선에 도전했지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크게 패배했다. 고향 미네소타주와 워싱턴DC에서만 겨우 승리해 선거인단 13명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먼데일은 당시 국가 재정 상태를 개선하겠다며 증세 공약을 내놨는데, 유권자들은 세금 삭감과 기업 규제 완화를 내세운 ‘레이거노믹스’에 열광했다.
먼데일은 정계에서 은퇴한 뒤 여러 기업의 고문을 지냈고, 미네소타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주일 미국대사로 임명돼 96년까지 일했고, 98년엔 클린턴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특사로 파견됐다.
그는 농부이자 목사인 아버지와 피아노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농장이 없어 마을을 옮겨 다니며 일해야 할 정도로 가난했지만, 불우한 사람들을 돕고 이를 과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먼데일은 스무살 때 민주당 소속 휴버트 험프리의 상원의원 선거운동에 참여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미네소타주 검찰총장을 거쳐, 66년과 72년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먼데일은 많은 정치인의 멘토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015년 한 대학 강연에서 먼데일을 자신의 멘토로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는 “미국의 가장 헌신적 애국자인 그를 소중한 친구이자 멘토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라고 성명을 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