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방역 딜레마 상황에서 신속항원검사와 자가진단키트 도입 논의는 방역 혼란을 야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코로나 검사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코로나 양성을 판정해낼 수 있는 민감도가 낮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그런데 ‘신속’에 방점을 둔 검사 방식을 ‘정확도’만으로 평가하여 배제하는 것은 문제다. 정확성이 낮기 때문에, 코로나 확진 판단에 사용해온 기존의 유전자 증폭 검사의 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간 단축, 낮은 비용, 그리고 검사의 편의성과 같은 장점을 고려하여 활용한다면 현재 직면한 방역 딜레마에 보탬이 되는 효용성은 분명 존재한다.
정확도만으로 신속 검사 배제 안돼
시간·비용 장점 고려하면 효용 있어
효과 있을 교육 현장에 도입해 볼만
사회 여건 고려한 효율적 처방 필요
신속 검사가 도입된다 해도 쇼핑몰 입구에서 방문객마다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체온계에 비해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속 검사는 체온계보다 더 높은 정확도가 요구되고 높은 비용을 감내할 만큼의 효과가 있는 곳에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교육 현장이 그런 곳이라 생각한다. 지난 1년 간 교육 현장이 무너지면서 교육 격차는 확대되었고 학생들의 우울증과 심리적 장애 정도는 심각하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등교 확대가 거의 유일하다. 현재 초중고 학생은 부분 등교를 하고 있고, 대학은 일부 실험실습 강의를 제외하곤 대부분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지식 전달은 어떻게든 되겠지만 그 밖의 학교 기능이 상실된 가운데 학생들의 일상은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다. 부분 등교를 확대한 이후 학생과 교사의 확진자수가 늘자 다시 등교 축소 논의가 있다. 등교하지 않는다고 코로나 위험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닌데 너무 수동적이고 무책임한 대응이다.
신속 검사 방식을 도입한다고 마스크 벗고 등교하자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증상이 심한데 신속 검사만으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발열 체크를 꼼꼼히 하고 있지만 체온계보다 정확도 높은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확률로 확진자를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체온 측정하고 등교하는 방식과 비교할 때 더 나빠질 것이 없다. 오히려 긍정적 효과가 크다. 지금보다 더 안전한 환경에서 학교생활이 가능해질 것이고, 문제가 없다면 단계적 학교 개방과 교육 격차 해소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코로나 환자 발생으로 당분간 문을 닫으면 경제적 피해가 클 기업에서도 주기적인 신속 검사 방식을 도입해볼 만하다.
코로나 대응과 방역은 개인 생명을 다루는 영역이므로 의료적 판단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사회와 개인의 삶의 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경제적 비용도 대등하게 고려해야 한다. 지금처럼 두 영역이 상충되는 경우, 의료적 효과만을 내세우면 다른 쪽에서 부작용이 발생한다. 두 영역의 장단점에 따른 비용-편익을 종합적으로 비교해서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효율적 의료 정책이다. 실제 일상의 의료적 판단은 효율성을 중시한다. 같은 증상의 환자라도 의사들은 환자의 상태, 환경, 그리고 지불 의사 등을 고려하여 다양한 처방을 내린다. 의료적 요인만이 중요했다면 효과가 가장 높을 처방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내려졌을 것이다. 검사의 정확도는 중요한 의료적 요인이지만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과 환경을 고려하여 신속 검사 도입에 대해 효율적인 처방을 내려야 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