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먼저 운을 띄웠다. 그는 총리 지명 이틀 뒤인 18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업보가 될 두 전직 대통령도 이젠 사면하시고 늦었지만 화해와 화합의 국정을 펼치시길 기대한다”고 썼다.
잦아들었던 사면론이 다시 제기된 건 김 후보자가 TK(대구·경북) 출신이고 청와대가 인사를 발표하며 그를 “통합형 정치인”이라고 소개했던 영향이 크다. 김 후보자도 과거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이지 않은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지난해 5월 라디오에 출연해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아마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 (사면)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지 마무리를 짓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거고, 또 공론화 과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면에 대해 찬반 의견을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가능성은 열어뒀다.
또 지난 1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면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치권의 논란이 커졌을 때도 “책임이 부족한 정치권의 모습을 바꾸는 분위기와 대통령의 결단이 같이 가면 국민들이 양해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당시 이 전 대표의 사면 가능성 언급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나오던 반발과 결이 다른 발언이었다.
당청 “사면 논의 듣지 못했다”
김 후보자 본인도 아직은 적극적이지 않다. 그는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난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면은 들은 바도 없고, 대통령 권한이라 내가 함부로 얘기할 수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총리의 권한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중진 의원은 “사면 얘기를 꺼내는 의원을 아직 보지 못했다. 이 전 대표가 사면론을 꺼냈다가 데었는데 대통령이 먼저 말하기 전에 누가 먼저 말하겠나”라고 했다.
당청이 사면론에 대해 언급하길 꺼리는 배경에는 ‘이낙연 학습효과’가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가 당 내 반발에 부딪혔다. 강성 당원들은 이 전 대표의 사퇴까지 주장했다. 결국 이 전 대표는 ‘당사자의 반성’과 ‘진솔한 사과’를 사면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한 발 물러섰다.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전직 대통령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사면 논란은 매듭지어졌다.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제안할 것”
“사면은 대통령이 결단할 일”이라고 강조해 온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도 중앙일보에 “우리 당에서도 김 후보자 지명과 연결지어서 사면을 얘기하는 건 못 봤다. 사면을 얘기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4·7 재보선 참패로 중도층 표심을 껴안을 필요가 있는 청와대와 여당이 전격적으로 사면을 논의할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통합’이 시대정신이기 때문에 사면은 여전히 가능성 있는 카드다. 당청이 국민에게 전향적이면서도 의미있는 신호를 던진 뒤 사면 카드를 던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