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던 국물 육수통에 '쪼르륵'…딱 걸린 부산 60년 '안심식당'

중앙일보

입력 2021.04.19 11:04

수정 2021.04.1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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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식당이 어묵국물을 재사용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인터넷 캡처

 
부산의 한 식당이 어묵탕 국물을 재사용하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폭로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18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엔 ‘부산의 더러운 식당’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여행 중 맛집으로 보여 들어간 식당이 음식 재사용을 넘어 아주 더러운 행동을 한다”고 폭로했다. “뒷자리 아저씨들이 먹다가 데워달라고 하니 그 손님이 먹던 걸 그대로 육수통에다 토렴해서 가져다주는 걸 봤다”는 것이다. 그는 “제 눈을 의심해 ‘저희 것도 데워달라’고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육수통에 그대로 국물을 부어 토렴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재사용 장면을 촬영한 영상의 캡처본을 공개했다. 또 직접 겪었다는 것을 인증하겠다면서 주문한 어묵탕과 영수증 사진도 첨부했다. 그는 추가로 작성한 글에선 “다른 식당이 오해받지 않아야 한다”면서 ‘60년 전통’이라고 적힌 식당 간판 사진도 게시했다.
 
그는 “(재사용을 목격한 뒤) 먹다 내려놓고 나왔다”며 “바로 계산한 뒤 (직원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그건 먹던 게 아니라 괜찮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글쓴이는 “제가 ‘식약청에서 나와도 그런 소리 해보시라’고 하고 나왔다”면서 “19일 해당 음식점을 당국에 신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코로나 때문에 안 그래도 민감한 시기에 이건 아닌 것 같다”면서 “침 튀기면서 이야기하고 입에 물고 빨던 숟가락을 넣었다 뺐다 한 국물을 말이죠”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네이버에 등록된 소개에 따르면 이 식당은 ‘안심식당’으로 인증받은 곳이다. ‘안심식당’은 ‘덜어먹기 가능한 도구 비치·제공’, ‘위생적 수저 관리’, ‘종사자 마스크 착용’을 준수하는 곳으로 소재지 지자체가 인정한 곳이다. 지난해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감염병에 취약한 우리 식사문화를 바꾸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네이버가 함께 ‘안심식당’ 정보를 제공 중이다.
 
이에 해당 식당 업주는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묵탕 국물 재사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억울해했다.  
 
업주는 또 “어묵탕 접시 국물에 찌꺼기가 남아 있을 수 있는데 (토렴식으로 데우면) 육수통에 있는 국물을 모두 못 쓰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기존 국물은 버린 뒤 육수통에 있는 육수를 국자로 떠 그릇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일자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해당 음식점을 관할하는 부산 중구청은 “동영상 등 자료를 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글쓴이의 주장이 맞다면 육수 재사용에 해당하며, 15일 영업정지 처분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조사에 나서자 업주는 하루 만에 재사용 사실을 시인했다.
 
지난달에도 부산에선 한 돼지국밥 식당이 깍두기를 재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돼 15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경남 창원의 한 동태탕집은 손님이 먹다 남긴 탕을 큰 냄비에 다시 부어 끓이는 것이 목격돼 논란이 일었고, 결국 폐업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