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정지석이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는 5경기 합계 90득점(공격 성공률 55.30%)에, 서브 리시브 성공률도 49.2%에 이를 만큼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또 로베르토 산틸리(이탈리아) 대한항공 감독은 외국인 감독으로는 처음 우승했다. 통합우승이라는 고공비행이 가능했던 건 팀에 명 파일럿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MVP에 뽑히지 않았지만, 팀 조종간을 잡은 세터 한선수(37)야말로 숨은 주역이다.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3승2패
자가격리 어려움 속 우승 이끌어
주장까지 맡아 후배보다 더 뛰어
37세 FA “뛸 수 있으면 어디라도”
프로 데뷔 이래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제는 37세다. 체력적으로 힘들 때다. 경기가 끝난 뒤 팀원 중 치료실에서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게 한선수다. 챔프전 내내 무릎 통증에 시달렸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팀원부터 챙긴다. 그는 “(챔프전에서) 리베로 오은렬이 어린데도 잘 해줬다. 은렬이한테 ‘(서브 리시브로) 공만 띄우면 내가 쫓아가서 올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선수는 딸이 셋이다. 큰딸 효주(8) 양은 자주 배구장을 찾는다. 그는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친구가 ‘너희 아빠 어제 졌지’라고 얘기한 모양이다. 그걸 전해 듣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더 지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자유계약선수(FA)다. 대한항공 구단과 팬들은 그가 떠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우승 기분을 마음껏 즐긴 뒤에 회사와 얘기하겠다. 뛸 수만 있으면 어디든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제 구단이 대답할 차례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