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EOUL.U 이전 브랜드는 'Hi Seoul(하이 서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기부터 14년간 사용했다. 오 시장은 2006년 당선 직후 이 전 시장이 만들었던 브랜드인 하이 서울에 'Soul of Asia(아시아의 혼)'라는 표현을 더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아시아의 혼'이란 표현에 거부감을 표하는 등 문제가 이어졌고, 박원순 시장 체제의 서울시는 세계인을 아우르는 취지를 살린다며 기존 브랜드를 폐기하고 I.SEOUL.U를 새 브랜드로 선정했다.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서울 대표 브랜드가 바뀐 역사 때문에 이번에도 변화가 일어날지가 주목되는 것이다. 실제로 오 시장이 출근한 이후 서울시 내부망에서 이 로고가 일부 사라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 직원용 서울시 행정포털 인트라넷 좌측 상단 제목 위에 'I.SEOUL.U' 로고가 작게 있었는데 그게 사라지긴 했다”고 말했다. 공식 결정에 따른 게 아니라 전임자인 박원순 전 시장의 흔적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지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 시급한 문제들 많다"
잠원동에 사는 대학원생 최모(31)씨는 "지금 시점에 브랜드를 교체하는 건 세금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며 "사실 이번 임기가 길지 않은 데다가, 저런 자잘한 행정보다는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 않나"고 말했다. 'I.SEOUL.U'는 2014년 10월 서울브랜드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브랜드가 완성되기까지 총 8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이후 설치물 제작과 홍보 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또 다른 서울시민 김모씨는 "더 좋은 거로 바꾼다면 나쁠 것 없지만 'I♥NY'처럼 딱히 임팩트 있는 게 나올 것 같지 않다. 명료한 개선점이 없으면 진득이 가는 게 좋을 듯하다"며 "몇 년 주기로 바뀌면 브랜드 가치도 떨어진다고 본다"고 했다.
고모(28)씨는 "'I.SEOUL.U'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포토존이 됐다"며 "서울 관광을 한 외국인들 SNS에는 인증샷이 꼭 하나씩 있더라"고 했다. 서울에서 요리사로 근무했던 핀란드인 아르토 우시탈로(33)도 "그 로고는 이미 서울만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한강이나 시내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어 친근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I.SEOUL.U' 브랜드의 인지도는 88.3%로, 호감도는 75.1%로 나타났다. 2015년 이 브랜드를 반대했던 시민이 66.5%였던 것에 비해 개선된 수치다.
"박원순 표 아닌 서울시민 표"
2015년 실시된 서울 브랜드 공모전에는 1만6147건의 사상 최다 작품이 접수됐고, 1000명의 현장심사단이 참여했으며, 10만명 이상의 사전투표가 이루어졌다. 사전 시민투표 결과 50%, 1000명의 현장 시민투표 결과 25%, 9명의 전문가 투표 결과 25%를 반영해 선정됐다. 박 전 시장은 오히려 최종 후보였던 'I.SEOUL.U' 'SEOULMATE(서울메이트)' 'SEOULing(서울링)' 중에 서울링을 가장 선호했다고 전해진다.
서울브랜드추진위원장이었던 김민기 숭실대 특임교수는 "처음 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일 때 조건이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만을 바탕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시장이 권한을 가져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박원순 시장표가 아니고, 서울시민 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브랜드에 시장 개인의 정책이나 공약·철학을 담지 말아야 하며, 시 브랜드는 전적으로 그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조건도 걸었다.
김 교수는 "브랜드 이미지는 축적되고 알려질수록 힘을 발휘한다"며 197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미국 뉴욕시의 'I♥NY'를 예로 들었다. 이어 "결정적인 흠이 있거나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전임 시장의 흔적이라는 이유로 바꾸자고 한다면 국가적 손실"이라며 "오 시장께서 현명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