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유럽연합(EU)은 14일 얀센 백신은 물론 동일한 아데노바이러스 방식을 적용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도 내년에 공급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탈리아 일간지 라스탐파를 인용해 보도했다. 라스탐파는 이탈리아 보건부 관리를 인용해 “EU 집행위원회가 내년에 AZ와 얀센 백신 대신 화이자와 모더나 같은 mRNA 방식의 백신의 도입과 접종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덴마크는 EU 국가 중 최초로 AZ 백신 접종을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
1회 접종 ‘게임체인저’ 기대한 얀센
혈전 부작용에 전 세계 수급 꼬여
4억 명분 계약한 아프리카 비상
호주 화이자 확보, 영국도 “충분”
얀센 백신 3000만 명분을 선주문했던 영국은 화이자·AZ만으로도 7월까지 모든 성인에게 접종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은 얀센 백신의 혈전 우려에 대한 자료 검토가 끝날 때까지 사용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호주의 그레그 헌트 보건부 장관은 이날 “얀센이나 AZ 같은 아데노바이러스 백신은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호주는 화이자 백신을 이미 2000만 회분 구매한 데 이어 이달 2000만 회분을 추가 확보했다.
AZ 백신의 혈전 논란이 번졌던 유럽연합(EU)은 얀센 사태로 또 다른 고비를 맞았다. 얀센은 FDA 권고 직후 “유럽에서 백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EU는 수개월 동안 공급 부족을 겪다가 이제야 접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며 “얀센의 출시 중단은 유럽에 또 다른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얀센은 4월 초부터 EU에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생산 지연으로 지난 12일에야 첫 배송을 했다. 오는 6월 말까지 5500만 명분, 3분기까지 1억2000만 명분을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백신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도 크다. 1회만 접종하면 되고 냉장 보관이 가능한 얀센 백신은 특히 아프리카의 백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혔다.
아프리카연합(AU)은 지난달 29일 얀센 백신 최대 4억 명분 도입을 계약해 올 3분기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저개발국가 중심의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도 얀센 백신을 5억 명분 확보했다. AP통신은 “얀센의 공급 지연은 전 세계 백신 접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정은혜·석경민 기자 hyp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