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1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 볼파크에서 열린 양키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과 3분의 2이닝을 던져,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점)으로 호투했다. 평균자책점은 2.69에서 1.89로 낮아져 1점대에 진입했다. 토론토가 7-3으로 이겨 류현진은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첫 승리다. 앞선 두 경기에서 잘 던지고도 1패만 기록한 아쉬움을 덜었다. 2013년 MLB 데뷔 후 8시즌 만에 통산 60승 고지에도 올랐다. 한국 투수로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은퇴)에 이어 두 번째다.
6.2이닝 1실점 시즌 첫 승
12타자 연속 범타 7탈삼진
3연속 호투 평균자책점 1.89
다양한 구종 배분 까다로워
체인지업은 프로 데뷔 때부터 류현진의 주 무기였다. 그 자신도 “다른 구종은 나보다 잘 던지는 투수가 있지만, 체인지업은 내가 한국에서 1등”이라고 자부했다. 커터는 류현진 ‘진화’의 상징이다. 어깨 수술을 받고 재기에 힘쓰던 2017년, 절박한 마음으로 연마했다. 류현진은 투수치고 손이 작다. 하지만 구종 습득 능력은 최상급이다. 새 무기가 된 커터는 시즌을 거듭하면서 더 매끄러워졌다.
무엇보다 여러 구종을 섞어 효과를 극대화하는 ‘매뉴얼’이 류현진 머릿속에 있다. 타자들은 복잡한 수 싸움에서 류현진을 이겨야 한다. ‘좌완 킬러’로 유명한 양키스 2번 타자 장칼로 스탠턴조차 수 싸움에서 졌다. 1회 체인지업(2루수 병살타), 4회 커브(중견수 플라이), 6회 커터(투수 땅볼)를 차례로 공략했지만, 모두 힘없이 아웃됐다.
‘양키스 포비아’를 털어낸 지도 오래다. 양키스는 한때 류현진의 천적으로 군림했다.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던 2019년 양키스에 발목 잡힌 악연이 있다. 그해 8월 24일 양키스를 만나 4와 3분의 1이닝 동안 홈런 3방을 맞고 7실점 했다. 시즌 내내 유지하던 1점대 평균자책점이 그 경기에서 무너졌다. 이제는 오히려 처지가 뒤바뀐 모양새다. 같은 지구(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자주 만나자 오히려 류현진이 양키스를 상대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지난해 9월 25일(7이닝 무실점)과 올 시즌 두 경기까지 벌써 3경기 연속 호투다. ‘도장 깨기’를 하듯 장애물을 하나씩 극복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경기 후 감탄사만 연발했다. 그는 “류현진은 엄청났다. 다양한 구종으로 양키스 타선의 밸런스를 흐트러뜨렸다. 벤치에서도 다음에 뭘 던질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며 혀를 내둘렀다. 몬토요 감독은 이어 “류현진은 우리에게 ‘내가 있으니 다 괜찮다’고 느끼게 하는 존재다. 류현진이 등판하면, 우리에게 승리 기회가 온다”고 무한한 신뢰를 표현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