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적은 郡 지역, 보행자 교통사고 치사율은 2.4배

중앙일보

입력 2021.04.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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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광주 어린이보호구역내 횡단보도에서 네 모녀가 참변을 당하기 직전의 모습. [연합뉴스]

 #.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6시께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42번 국도에서 길을 건너던 A씨가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경찰 조사결과, 사고 당시 A 씨는 횡단보도가 없는 지역에서 무단횡단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달 15일 충남 청양군의 한 국도에서도 무단횡단을 하던 50대 남성이 승용차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 지난해 11월 17일 오전에는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어린이집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네 모녀가 8.5t 트럭에 치여 3세 여자아이가 숨지고, 엄마와 언니 등 2명이 크게 다쳤다. 당시 횡단보도에는 보행자 신호등이 없었고, 사고 운전자는 "보행자를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1 안전이 생명이다]②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39%
OECD 평균 보다 거의 2배 육박
군 지역이 보행자 치사율 최고
'안전속도 5030' 17일 전국시행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매년 줄고 있지만, 보행자의 교통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5%의 거의 2배에 육박한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4일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보행자 안전은 특히 인구가 적은 군(郡)지역으로 갈수록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2017~2019년)간 지역 규모별 보행자 교통사고 특성을 분석한 결과, 보행자 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치사율)는 평균 3.2명이었다. 
 
 이 중 자치구의 보행자 치사율이 2.1명으로 가장 낮았고, 인구 30만명 이상인 시에서는 치사율이 3.0명이었다. 또 인구 30만명 미만인 시는 4.7명으로 평균보다 다소 높았다. 그런데 군 지역은 치사율이 무려 7.8명으로 평균의 2.4배나 됐다. 


 교통안전공단의 홍성민 책임연구원은 "군 지역에서 사고가 잦은 곳은 주로 국도나 지방도로로 별도의 인도가 없는 데다 차량의 속도도 빨라 사고가 나면 그만큼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 지역의 노인 비율이 높은 데다 평균 횡단보도 신호 준수율이 89%로 전국 평균(92.5%)보다 낮은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 강진군의 국도에서도 길 한가운데를 걷던 보행자가 차에 치여 숨졌다. [사진 전남경찰청]

 
 광주 네 모녀 사고에서 보듯이 보행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역시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당시 이들 모녀는 차들이 양보 없이 달리는 탓에 미처 길을 건너지 못하고 횡단보도 가운데에 서 있었다고 한다. 사고 전에 양보해주는 차량이 있었다면 참극을 피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교통안전공단이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실험한 결과,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고 할 때 차량이 멈춰선 경우는 10번에 한 번꼴 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보행자 안전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정부가 더 강력한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이달 17일부터 도심부의 차량제한속도를 현행 시속 60㎞에서 50㎞로 낮추고, 주택가 등은 시속 30㎞로 하향하는 '안전속도 5030'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한다. 
 
 올 상반기 중에 도로교통법도 개정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할 때도 운전자에게 일시 정지 의무를 부여키로 했다. 또 교차로에서 차량이 우회전할 때도 일시 정지토록할 방침이다. 
 
 권용복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선 법과 관련 규정 정비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와 보행자의 의식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서로 안전규정을 충실히 지킬 때 교통안전이 한결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