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두 달만에 골…맨유 팬 “다이빙 사기꾼”

중앙일보

입력 2021.04.1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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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전에서 헤딩하는 손흥민(왼쪽). 그의 선제골도 토트넘 패배를 막지 못했다. [AFP=연합뉴스]

“늘 쾌활했던 그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영국 풋볼 런던은 정규리그 14호 골을 터뜨리고도 경기장 안팎에서 비난받은 손흥민(29·토트넘) 표정을 이렇게 묘사했다.
 
손흥민은 1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홈 경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전에서 전반 40분 선제골을 넣었다.  

맨유전서 리그 14호 골, 시즌 19호
부상 복귀 두 경기 만에 선제골
가격 당해 쓰러진 손, 비난 논란
솔샤르 감독은 악담, 팬은 인종차별

리그 14호 골이자 시즌 19호 골(리그 14골·유로파리그 4골·리그컵 1골). 손흥민은 2016~17시즌 작성한 자신의 한 시즌 리그 최다골과 동률을 이뤘다. 골 침묵과 부상을 털어내는 골이라서 기쁨은 두 배였다. 손흥민은 2월 7일 23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전 득점 후 2개월간 골 맛을 보지 못했다. 지난달 15일 아스널전에선 햄스트링을 다쳤다. 3주 재활 끝에 4일 뉴캐슬전에서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다.
 
손흥민은 웃지 못한 건 팀이 1-3으로 역전패해서다. 토트넘은 후반 12분 맨유 프레드에게 동점골, 후반 34분 에디손 카바니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후반 추가시간 메이슨 그린우드에게 쐐기골까지 내줬다.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7위 토트넘(승점 49)은 목표인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 가능성이 작아졌다.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려면 4위 안에 들어야 한다. 토트넘과 4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55)의 승점 차는 6이다. 리그는 7경기 남았다.
 
경기 후 손흥민은 침통한 표정으로 “실망스럽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슬프고 속상하다. 오늘은 무조건 이기고 싶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면서도 “긍정적인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말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며) 시즌을 좋게 잘 마치고 싶다. 계속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흥민은 소셜미디어 통한 악성 비난에 시달렸다. 이날 경기 전반 33분 손흥민이 맨유 스콧 맥토미니에게 당한 파울이 논란이 됐다. 맥토미니가 공 경합 중 손흥민의 얼굴을 오른손으로 가격했다. 손흥민이 쓰러졌는데도 경기는 계속됐고, 맨유 카바니가 골망을 흔들었다. 주심은 뒤늦게 비디오판독(VAR)을 했다. 그 결과 맥토미니가 손흥민을 따돌리는 과정에서 얼굴을 때리는 반칙이 확인돼 골을 취소했다.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영국프로경기심판기구(PGMOL)는 “맥토미니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웠으며, 부주의한 행동이었다”며 VAR를 통한 판정을 지지했다. 그런데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이 “만약 내 아들(Son)이 3분간 누워 있고, 친구 10명이 도와서 일으켜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난 아들에게 아무런 음식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이 시간을 끌었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조세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이 솔샤르보다 더 나은 사람을 아버지로 두고 있어 다행이다. 아버지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자식을 먹여 살려야 한다. 솔샤르의 발언에 매우 실망했다”고 맞받았다.
 
양 감독의 설전은 맨유 팬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맨유 팬들은 손흥민 인스타그램에 “다이빙을 멈춰라”, “축구 선수가 아니라 한국 드라마 배우다” 등의 악성 댓글을 달았다. 손흥민의 시뮬레이션(할리우드 액션)으로 골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일부 팬은 “DVD나 팔아라”(아시아계는 불법 복제 DVD를 판다는 뜻의 조롱), "다이빙을 멈추고 돌아가서 고양이·박쥐·개나 먹어라”, "쌀 먹는 사기꾼” 등 인종 차별성 댓글까지 달았다. 손흥민은 온라인상의 인종차별과 증오에 맞서는 의미로 11일부터 일주일간 소셜미디어를 중단한 상태다.  
 
토트넘 구단도 강력한 대응에 나섰다. 토트넘은 "우리 선수 중 한 명이 혐오스러운 인종차별을 겪었다. 구단은 프리미어리그 사무국과 함께 조사해 강경한 조처를 할 것이다. 손흥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황의조(29·보르도)는 같은 날 프랑스 리그앙 32라운드 생테티엔전에서 전반 8분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었다. 리그 4경기 연속골(5골)이자, 시즌 11호 골. 황의조는 1골만 추가하면 박주영(2010~11시즌, 12골)의 프랑스 리그 한국인 최다골 타이기록을 쓴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