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가 염두에 두고 있는 북한 정권의 ‘잠정적인 합의’는 어떤 형태일까? 지난달 16일 에릭 브루어와 수미 테리는 국제 문제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실질적인 거래’라는 적극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테리가 강경파로 알려진 인물인 만큼 그의 관점은 바이든 정부 내 북한 회의론자들과 미 정보기관에서 근무하는 그의 후배들에게 반향을 일으킬 것 같다. 브루어와 테리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핵 자체보다 미사일 개발 막는
‘실질적 거래’의 필요성 거론돼
북한의 핵 보유는 잠정적으로 용인하면서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의 개발을 적극적으로 제어하라는 게 두 사람의 주장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제안에 따르는 것을 모험으로 생각할 것 같다. 브루어와 테리는 미국이 북한에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북한 정권은 그들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요구했던 대북제재 해제 등의 협상을 기대할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이 언제든 미사일 도발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가 감수하는 위험이 지나치게 크다. 동맹국들의 이해관계도 문제다. 한국은 이 거래에 수긍할 수도 있지만, 일본은 잠정 협의안에 일본을 겨냥한 중거리·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개발 중지 조항이 없을 경우 반대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곤경에 처한 북한에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충분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안한다면 북한이 하노이 회담 때보다 적은 대가로도 협상을 수용할 수도 있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면밀한 감시 속에서 시행되기만 하면 대북제재 완화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선택 사항이다.
청와대에서 제안하는 것 중 일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기간 내에 북한과 종전선언 협상을 해야 한다는 식의 발상은 백악관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바이든 정부가 평화조약이나 종전선언에 대해 예의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지는 몰라도 이를 위해 실제로 정치적 자산과 전술을 투입할 가능성은 작다.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는 새 특사를 통해 북한과의 잠정 합의를 시도하겠다는 결론으로 향할 것 같다. 코로나19 관련 지원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에 대한 제재에 모순되지 않으면서 북한에 한층 매력적인 거래가 될 만한 인도주의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분별한 양보 탓에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 주요 대북제재 완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 등 터무니없는 대가를 기대하게 됐다. 따라서 북한은 언제든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브루어와 테리가 제시한 것은 시도해 볼 만한 모험이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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