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중국인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한국 연예인 얘기를 꺼내는 여성들을 종종 만난다. 다들 한국 드라마는 정말 재밌다고들 한다. 현빈·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 얘기가 많다. 수입이 금지돼 있어도 알음알음 찾아보는 모양이다.
고품질 드라마는 한국의 문턱을 넘었다. 넷플릭스가 판권을 사들여 방영을 시작하자 국내 시청자들의 호평과 함께 ‘중드’ 열풍을 일으켰다. 과거에 볼 수 없던, 중국 드라마의 판권을 사들여 제작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 2월 종영한 tvN 드라마 ‘철인왕후’는 2015년 베이징 르영 픽쳐스의 웹드라마 ‘세자빈승직기’의 리메이크 판이다.
예능 프로그램도 달라졌다. 과거 ‘런닝맨’ ‘아빠 어디가’ 등 한국 예능을 벤치마킹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포맷을 선보이고 있다. 망고TV가 제작한 30세 이상 과거 걸그룹 멤버들의 서바이벌 예능 ‘승풍파랑적저저(乘风破浪的姐姐·sisters who make waves)’가 대표적이다. 중국 애니메이션 ‘디어스쿼드’(deer squad·사슴분대)는 미국 어린이TV 니켈로디언(Nickelodeon)에서 첫 방영을 시작했다.
다만 중국 영화는 제자리다. 2019년 최대 흥행작 ‘유랑지구’는 중국에서 44억 위안(6억7150만 달러)을 벌었지만 북미 개봉에선 530만 달러에 그쳤다. ‘국뽕’의 스멜이 여전한 탓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박성훈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