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체험형 공간으로 차별화
쇼핑 아닌 전시 등 ‘놀이’에 초점
쇼핑·엔터 경계 점점 더 모호해져
“주요 브랜드 입소문 마케팅 노려”
# 서울 종로구 삼청동길의 전통 한옥에 들어선 아이스크림매장 삼청 마당점. 아이스크림 체인점 배스킨라빈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유행하던 지난해 10월 말 문을 연 매장이다.
삼청 마당점의 흑임자·옥수수 아이스크림이나 하이브 한남의 유기농 아이스크림은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특화된 제품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탓에 파리만 날리던 두 매장은 올들어 20~30대 사이에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끌면서 월 매출이 전년보다 각각 40~60%씩 증가했다.
김현호 SPC그룹 기획마케팅차장은 “요즘은 아이스크림도 매장 대신 온라인몰에서 배송시켜 먹는 시대”라며 “하지만 가치 있고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며놓으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방문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지난해부터 온라인(비대면) 쇼핑이 확산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체험 공간에 공을 들이는 업체가 오히려 늘고 있다. 상품만 진열하던 기존 매장과 차별화해 독특한 컨셉트를 내세워 체험형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공간이 늘어나는 이유다.
지난달 문을 연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도산공원 매장도 미래 세계를 구현한듯한 공간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6족 보행 로봇,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묘사했다는 로봇 팔, 폭격을 맞은 듯 무너진 건물 잔해 등 SF 영화 세트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젠틀몬스터 측은 “고객에게 낯설고 놀라운 경험을 주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공간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공간 마케팅은 10여년 전에는 주로 패션분야에서 활용됐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식품·음료, 화장품 등 소매업종으로 확대한 게 특징이다
동서식품은 2018년 서울 이태원에 커피 맥심 브랜드를 알리는 8층짜리 카페형 문화공간을 세웠다. 동서식품 마케팅 담당자는 “식음료 업체 사이에 2~3년 전부터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를 어필하기 위해 체험형 공간을 만드는게 유행처럼 번졌다”며 “코로나19로 지난해 주춤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확대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렇듯 코로나19 장기화에도 새롭게 문을 여는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 체험에 방점을 뒀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쇼핑은 오히려 뒷전이다. 누구나 와서 구경하고, 만져보고, 먹고 마시고, 쉴 수 있는 공간에 더 가깝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이 시기에 패션·화장품·유통업체가 오프라인 매장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는 오랜 ‘집콕’에 지친 소비자가 보복 소비에 나서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부터 비대면 쇼핑, 온라인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줄 서는 맛집과 카페의 인기는 전혀 식지 않았고, 올해는 더 잘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에게 재미있는 볼거리와 경험을 제공해 ‘시간’을 점유하는 매장이 곧 ‘돈’을 점유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비 트렌드 분석가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지금 브랜드의 성패는 바이럴(입소문) 싸움에 달렸다”며 “이미 눈이 높아진 소비자에게는 기존 유통 상식을 뒤엎는 마케팅 전략을 가진 브랜드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