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를 지나는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 항로다.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것보다 운항시간을 10여일 줄일 수 있다. 최근까지 여름철 짧은 기간에만 운항이 가능했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얼음이 줄고 쇄빙선 성능도 향상되면서 겨울에도 운항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한겨울인 지난 1월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쇄빙LNG선이 시베리아 북서부 북극해의 야말 반도 사베타 항을 출발해 중국까지 항해했다. 쇄빙LNG선은 한국 조선업체가 세계 최초로 건조했다.
수에즈운하 사고에 북극항로 주목
쇄빙선 LNG 운송 선물이기만 할까
동토층 메탄 방출로 기후재앙 우려
탄소중립 달성해야 예방할 수 있어
호수에서도 메탄이 새 나오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은 지난해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위 50도 이상의 고위도 지방에 자리 잡은 호수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총배출량은 연간 1380만~177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3억7500만 톤, 세계 7위인 한국 배출량의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24~25일 독일 함부르크대학 토양과학연구소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온라인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심포지엄에서 러시아과학원 세르게이 지모프 연구원은 “2002~2019년 위성 데이터를 분석해 7~9월의 메탄농도 지도를 만들었다”며 “9월에는 영구동토층 분포지역 절반에서 메탄 농도가 지구 평균 농도보다 5~15 ppb 높았다”고 강조했다. 광범위한 지역에서 메탄이 새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지모프 연구원은 특히 “지구온난화가 지금 같은 추세로 계속된다면 영구동토층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인위적인 배출량보다 우세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 소속 스티그빌켄스켈트 연구원 등은 “마지막 빙하기 이후 해수면 상승으로 영구동토층 등 300만㎢의 땅이 북극해에 잠겼는데, 가스 분출을 막는 ‘뚜껑’인 해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엄청난 메탄이 방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해빙 연구가인 피터 와담스 교수는 그의 책 『빙하여 잘 있거라』에서 “2040년까지 북극 메탄으로 인해 지구 기온이 0.6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는 “21세기 인류가 기후변화를 막지 못하면 22세기에는 북극 해저 영구동토층이 녹는 속도가 15배로 빨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류는 쇄빙LNG선이 아니더라도 이미 파이프라인으로 운반하는 영구동토층 천연가스에 중독됐다. 메탄을 그냥 방출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천연가스를 태우면 온실가스가 나온다. 지구 기온이 오르고, 영구동토층이 녹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북극 메탄은 선물인 동시에 기후재앙을 부르는 ‘시한폭탄’도 되는 셈이다. 이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게 하려면, 결국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수밖에 없다.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배출되는 것은 산림으로 흡수하거나 포집·저장해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화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대 법학대학원 산하 정책연구소는 전 세계 738명의 경제학자를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의 74%는 ‘즉각적이고 과감한 행동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경제학자들까지도 온실가스 감축을 앞세울 정도로 기후 위기는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