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담숲은 여느 수목원과 다르다. 수목원 대부분이 겨울이면 온갖 조명기구로 불을 밝히지만, 화담숲은 겨울에 문을 닫는다. 꽃이 지면 닫고 꽃이 피면 연다. 올해는 지난달 26일 개장했다.
곤지암 화담숲 일군 고 구본무 회장
탐방객 만나면 생수 건네기도
베어트리 이재연 회장이 고모부
어린시절 ‘송파원’서 숲 사랑 시작
5일은 베어트리파크 개장 12주년이다. 애초에는 경기도 의왕시에 있었다. 창업주 이재연(90) 회장이 1966년 2만 평(약 6만6000㎡) 대지에 단풍나무·은행나무·소나무 200여 그루를 심고 일군 농장 ‘송파원’이 베어트리파크의 시작이다. 세종시로 이사 온 건 1989년이다. 20년간 다시 나무를 가꿔 2009년 베어트리파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희귀 수목으로 가득한 실내 식물원 ‘만경비원’과 수천만원짜리 화분이 즐비한 ‘야외분재원’을 탐방객이 즐겨 찾는다. 야외분재원 옆 ‘송파원’은 이재연 회장이 가장 아끼는 정원이다. 800년을 넘게 산 향나무 등 늙은 나무가 모여 산다.
수목원을 일군 이 회장은 LG그룹 창업주 구인회(1907∼1969) 회장의 둘째 사위다. 이 회장은 95년 LG그룹 부회장을 끝으로 경영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30여년간 수시로 수목원을 찾았다. 지금도 1주일에 5일은 세종시에 내려가 나무를 돌본다.
송파원 시절 구인회 회장은 가족과 함께 이곳을 자주 방문했다. 가족 중엔 장남 구자경(1925∼2019) LG그룹 회장 가족도 있었다. 구자경 회장은 이 회장과 송파원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는 95년 은퇴하고 충남 천안에 내려가 농장을 경영하기도 했다. 구 회장의 아들 구본무(1945∼2018) 회장도 어린 시절 송파원에서 뛰어놀았다. 어릴 적 기억이 화담숲의 실마리가 됐다. 화담(和談)은 구본무 회장의 아호다. 그의 화담숲 사랑은 각별했다. 그는 수시로 화담숲을 드나들었다. 수행원 한 명과 전지가위를 들고 수목원을 누볐다. 탐방객들은 그가 LG그룹 회장이란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벤치에서 쉬는 탐방객을 보면 생수 한 통을 건네기도 했다고 한다.
베어트리파크와 화담숲은 고모부와 조카가 일군 수목원이다. 베어트리파크는 현재 이 회장의 아들 이선용(60) 대표가 물려받았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