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초구와 제주도는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공동주택 공시가격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불공정하고, 불명확한 깜깜이 공시가격은 결국 ‘세금 아닌 벌금’”이라며 “부동산 공시가격을 전면 재조사하고 공시가격 결정권을 지자체로 이양하라”고 말했다.
서초구·제주도, 공동주택 전수조사
실거래가 13억인데 공시가 15억
시세의 90% 목표라더니 122% 매겨
“깜깜이 가격 책정, 세금 아닌 벌금”
반포 같은 층 1억 차이, 종부세 갈려
서초동 연립 4억대서 11억으로
같은 동에서 한 라인만 오르거나
동별로 상승률 30% 차이 나기도
이 아파트의 경우 올해 1월 7일 17억원에 거래되긴 했지만,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기준일은 1월 1일이다. 서초구청 측은 “올해 거래된 가격은 내년 공시가격에 반영해야 하고 해당 가격을 선반영해서는 안 된다”며 “주먹구구식 산정 결과가 세금 폭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초구 내 공동주택의 20%(약 2만4889가구)의 공시가격이 시세 대비 80%에 달한다고 구청 측은 추정했다. 정부가 부동산 유형 및 가격대별로 공시가격을 2025~2030년까지 시세의 90% 선으로 올리겠다는 목표치에 이미 도달한 아파트도 4.8%(6083가구)에 달했다.
공시가격 급등은 고가 아파트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동안 거래가 거의 없었던 연립이나 다세대와 같은 주택에서 지난해보다 공시가격이 100% 오른 곳도 많았다. ‘거래 발생’ 여부에 따라 공시가가 널뛰기한다는 것이 서초구의 지적이다. 조 구청장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매길 때 제대로 된 산정 기준 없이 거래가 많으면 더 오르고, 거래가 없으면 덜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서초동 B연립(전용 94.71㎡)의 경우 지난해 공시가가 4억7700만원에서 올해 11억2800만원으로 2.4배(136.5%) 올랐다.
우면동 임대아파트 공시가가 인근 일반분양보다 높아
서초구 공시가격 100% 이상 상승 사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올해 서초구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3.53%, 서울은 19.91%다. 조 구청장은 “공시가격 급등으로 올해 서초구 기초연금 대상자 1426명 중 105명(7.3%)의 자격 중지가 예상된다”며 “저가 서민주택의 경우 공시가 상승률 상한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대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인근 분양아파트보다 더 비싼 사례도 있다. 서초구 우면동 LH5 단지 아파트와 서초힐스 아파트(분양)의 경우다. 전용 84㎡ 기준으로 2013년 준공한 LH5 단지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은 10억16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54% 올랐다. 토지임대부아파트로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형태다. 반면에 2012년 준공한 서초힐스의 공시가격은 9억82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27%가량 상승했다. 토지 소유권 없이 건물만 있는 아파트(LH5 단지)인데, 토지하고 건물이 같이 있는 일반 아파트(서초힐스)보다 공시가격이 높은 희한한 경우다.
서초구 임대 아파트와 분양 아파트 공시가 역전 사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제주도의 상황도 비슷하다. 제주 공시가격검증센터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분석한 결과 같은 아파트 단지의 같은 동에서 한 라인만 공시가격이 오른다든가, 동별로 공시가 상승률이 30% 가까이 차이 나는 사례도 나왔다.
서초구 공시가격 현실화율 100% 이상 사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문가는 공시가격이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각종 세금 부과와 건강보험료, 노인기초연금 대상을 결정하는 등 63개 행정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진형(대한부동산학회장)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시가격을 매길 것이 아니라 전문가인 감정평가사가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공시가를 매겨야 한다”며 “현실화율 90%는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급등할 시 시세를 넘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이 5일로 끝났다.
한은화·김원 기자 on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