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날짜도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2일)와 겹친다.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는 미·중 갈등 속에서 북·중이 구축한 반미 연대를 깨기 위한 공동의 전략 도출이 핵심이다. 장소도 미국 메릴랜드주 해군사관학교로 정해 한·미·일 협력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결하려는 취지를 분명히 했다.
한·미·일 회의 맞춰 보란 듯이 중국행
한·미 동맹 토대의 ‘원칙 외교’ 절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시대 대한민국의 외교 노선은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직접 밝혔다. 지난달 18일 미 국무·국방 장관 접견 도중 10문장 길이의 모두발언에서 네 차례나 ‘한·미 동맹’을 언급하며 외교·안보의 근간임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전 세계에 발신한 정부의 공식 노선인 셈이다. 그런데 정작 외교부 장관은 미국을 건너뛴 채 중국을 방문한다니 말과 행동의 간극이 너무 크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지난해부터 왕이 외교부장의 초청을 받았으나 아직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한국은 문 정부 4년 내내 중국에 경사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정 장관의 방중은 중국 경사론을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려면 정 장관은 중국에 할 말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는 당당한 외교를 해야 한다. 눈치보기식 외교는 동맹 이탈과 대중 예속을 부추기는 최악의 결과를 빚을 수 있다. 중국은 샤먼을 찾은 정 장관에게서 “한국이 미국 편에 서지 않겠다”는 발언을 끌어내고 싶어 할 것이다. 정 장관은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한·미 동맹에 금이 갈 만한 말과 처신을 조심하면서 우리가 요구할 것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그것만이 한·미 동맹의 균열을 막고, 우리의 발언권을 키워 외교 입지를 넓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