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그제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률 조정 카드를 들고 나왔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인 공시가 현실화에 반하는 내용이다. 바닥 민심에 가장 민감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며칠 전 “9억원 이하 아파트 공시가 인상률이 10%를 넘지 않도록 제안하겠다”고 한 것이 반영된 결과다.
공시가 완화, 재건축 민간 확대 등
현 정부 기조와 다른 정책 쏟아져
선거 겨냥한 전시성 꼼수 아닌가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엔 137만 명 공무원 전체의 재산 등록과 검찰 내 투기사범 전담수사팀 편성이 포함됐다. 부동산 투기 공직자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 같은 일련의 발표가 비판받는 가장 큰 이유는 문제점이 끊임없이 지적된 지난 4년간 아랑곳하지 않던 정부·여당이 암울한 선거 전망 앞에서 태세를 전환했다는 점이다.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이 몰고올 세금폭탄의 부작용, 과도한 대출 규제가 가져올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 박탈, 공공주도 재개발의 각종 한계는 수없이 제기됐지만 당정은 외면했다. 이런 기조하에 이뤄진 25차례의 부동산 정책 발표가 되레 가격 상승을 불러와 지금의 부동산 참사에 이르렀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언론과 전문가들의 고언을 당정 스스로가 걷어찬 결과다.
검찰에 ‘부동산 적폐 청산’을 맡긴다는 것도 코미디다. 4년 내내 검찰과 갈등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외친 지 얼마 되지 않아 투기 관련 수사에 500명 이상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하겠다니 하는 말이다. 그토록 강조하던 ‘불구속 수사 원칙’은 온데간데없이 부동산 투기 공직자는 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니, 대체 이 정부의 진짜 원칙이 뭔지 모르겠다.
여론이 차가운 건 선거를 겨냥한 꼼수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서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 직전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를 약속했지만 총선 압승 후 “종부세를 강화하겠다”고 선회했다. 지금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이 자기부정의 ‘거꾸로 정책’이 먹히려면 선거용이 아닌, 선거 이후에도 이어갈 정책 변화란 믿음을 줘야 한다. 여권의 지난 4년은 그 신뢰를 잃는 기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