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백신 접종 100위권 vs 4위?
박 후보는 지난 26일(현지시각)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토머스 번 회장과 화상 대담에서도 “한국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 속도는 이스라엘, 덴마크, 영국에 이어 세계 4위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100위권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다. 31일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률은 1.62명으로 111위에 해당한다. 세계 평균은 7.24명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인구대비 백신 접종률이 세계 4위라는 박 후보 주장의 근거는 뭘까. 박 후보 캠프에 확인을 요청하자, 캠프 관계자는 지난 12일 한 온라인 매체가 보도한 ‘백신 접종 보름, 0.97…한국 초기 속도, 영국만큼 빠르다’는 기사 링크를 제시했다. 해당 기사는 ‘아워 월드 인 데이터’를 통해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13일째 되는 시점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자를 따졌다. 접종 시작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 시점도 차이가 크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20일, 미국·캐나다는 12월 26일, 이스라엘은 12월 31일, 한국은 올 3월 10일 시점의 접종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한국의 백신 접종 속도는 100명당 0.97명으로 이스라엘 11.53명, 덴마크 1.96명, 영국 0.99명 다음 4위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나라별로 13일이 지난 시점에서의 ‘백신 접종 속도’를 주장하고, 오 후보는 현재 백신 접종 완료된 인구를 놓고 비교하다 보니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다만 박 후보가 주장했던 백신 접종 시작 후 13일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 인구는 50만635명으로 전체 인구의 1%가 되지 않았던 때이다. 현재 백신 수급 2차 물량이 미뤄질 위기에 있다는 점 역시 반영하지 않은 주장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비교 대상에 오른 나라 대부분은 이미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국민 3명 중의 1명, 이스라엘은 절반 이상이 이미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마쳤다.
박 “이스라엘이 한국에 배웠다” 발언도 논란
이에 박 후보는 “오늘(30일) 일본 언론이 이스라엘 총리에게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집단면역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스라엘 총리가 ‘한국에서 배웠다’고 답했다. 이 답으로 오 후보 질문한 모든 걸 다 설명해 드릴 수 있을 듯하다”고 맞섰다.
하지만 외신에서 이스라엘 총리 해당 발언이 전해진 건 올해가 아닌 지난해 3월이었다. 당시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스라엘이 코로나19 검사를 강화하는데 본보기로 삼은 것이 한국이다”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검사 태세를 한국 등 대책이 앞선 나라로부터 배웠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철근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은 31일 논평에서 “NHK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을 전한 것은 지난해인 2020년 3월 25일이었고, 29일 한국 언론에서도 다뤘다. 모든 팩트가 잘못된 명백한 여론 호도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일자 박 후보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인이 전날 페이스북에 링크된 (국내) 기사를 보내줬는데, 날짜만 확인하고 연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혼선을 빚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