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은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45)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36). 터키 출신의 아야스는 러시아 V-A-C 재단 큐레이터이고, 인도 출신인 진발라는 독일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큐레이터다. 이번 전시 주제는 서구 사회와 근대를 지탱해온 합리성과 이성 중심에서 벗어나 비서구 세계의 시각으로 삶과 죽음을 탐구하고, 인류 역사에서 주목받지 못한 다양한 존재들을 드러내고 일깨우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40개국 450여점, 기간 39일로 줄어
‘떠오르는 마음…’ 주제, 삶·죽음 다뤄
국립광주박물관에선 ‘온전히 죽지 못하는 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죽음과 사후세계, 육체의 한계성 등의 개념을 다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작가는 테오 에셰투, 갈라 포라스-킴, 세실리아 비쿠냐 등이다. 이 중 현재 칠레 출신의 시인이자 미술가 비쿠냐는 피노체트 정권하에서 영국으로 망명한 인물로, 이번 비엔날레에서 군부 독재에 맞서 연대 하는 사람들을 소재로 회화 연작과 배너 작업을 선보인다.
옛 국군광주병원에서 펼쳐지는 광주비엔날레커미션(이하 GB커미션)전시도 꽉 보아야 할 전시로 꼽힌다. 이불 작가는 이곳에서 아크릴 거울 등을 활용한 신작과 2018년 철거된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 철조망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옛 국군광주병원은 1964년 개원했으며 1980년 당시 계엄사에 연행돼 심문받는 과정에서 부상한 시민들이 치료받던 곳. 2018년 이곳에서 선보인 마이크 넬슨의 설치작업 ‘거울의 울림’은 폐허와 같은 실제 공간과 어우러져 큰 반향을 불렀다. 올해에도 넬슨을 비롯해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전시된 임민욱 작가의 ‘채의진과 천 개의 지팡이’ 등의 작품을 다시 한번 선보인다.
온라인 전시도 강화했다. 아야스와 진발라 두 감독이 직접 작품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행사 개막 후 비엔날레 공식 웹사이트와 SNS에서 순차 공개된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는 29일자 지면에서 광주비엔날레 개막을 소개하며 “지난 수년간 광주비엔날레는 세계 최고 수준의 큐레이터를 감독으로 선임해 세계 미술계에서 한국이 조명받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면서 “1995년 첫 회 이래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미술계 행사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관람객 수 제한 등 방역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구촌 공동체가 겪는 위기에 이번 비엔날레가 공동체의 가치, 예술의 힘을 더 일깨우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는 5월 9일까지.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