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사 갈 때 일본인 땅 안 밟는다"
주민 김모(62·원주시 소초면)씨는 “그동안 일본인 소유인지도 모르고 구룡사에 가기 위해 수십년간 지나다녔다”며 “이제라도 국유화를 통해 제자리를 찾았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달청 등, 일제강점기 일본인 귀속재산 국유화
29일 조달청에 따르면 국유화 사업이 시작된 2012년 6월부터 8년 9개월간 여의도 면적의 1.5배인 443만㎡가 국가에 귀속됐다. 총 5721필지에 달하는 토지가액은 1323억원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581필지로 가장 많고, 전북 1086필지, 경북 577필지, 충남 542필지, 경남 427필지 등이다.
국립공원 진입로, 88년 만에 국유화
땅 크기는 8.2㎡(2.5평)에 불과하지만, 조선왕조의 심장부와 같은 자리에 일본인 소유 땅이 90년간 남아 있었다. 종묘는 세계문화유산이자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봉안한 사당이며, 창경궁은 1418년 왕위에 오른 세종이 생존한 상왕인 태종을 모시기 위해 지은 궁궐이다.
조달청 등은 최근엔 1평(3.3㎡)도 안 되는 작은 땅에 대한 국유화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안강리에 있는 1㎡ 도로가 대표적이다. 인근 북경주 행정복지센터가 자리한 도로는 1933년부터 서대훈(西大薰)이라는 일본인 소유였다가 지난해 12월 14일 국유화 됐다.
주민들 “일본인 땅 있는지 몰랐다”
동네 곳곳의 자투리땅 중에서도 최근까지 일본인 소유였던 곳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 사천동의 한 사거리에 있는 41㎡의 땅은 연석과 도로 가장자리에 있는 일본인 소유 땅으로 파악됐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 골목길의 13㎡(길이 15m) 땅 또한 지난 2월 4일 국유화 전까지 일본인 소유의 땅인 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조달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1765필지에 대해 국유화가 진행 중이며, 1141필지는 추가 조사 중이다. 정부는 공적장부상에 여전히 일본식 이름으로 남아있는 10만3000건의 부동산에 대해서도 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부동산이 일제시대 일본인 소유로 확인되면 국가에 귀속시킬 방침이다.
1㎡ 초미니 땅도 찾아내 되돌린다
조달청은 2012년 본격적으로 국유화 작업을 시작한 후로도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건축물·토지 대장이나 등기 등에서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이름을 발견하더라도 소유주가 실제로 일본인인지 아닌지를 부터 가려야 해서다.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을 한 경우가 많아 장부엔 일본 이름인데 실제 주인은 한국인인 경우도 많았다.
이경원 조달청 국유재산기획과 서기관은 “정확한 소유주를 확인하기 위해선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일제강점기 재조선 일본인 인명(26만명) 자료집’과 각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1945년 당시 한국인 제적등본, 법원 행정처의 옛 등기 자료 등을 일일이 대조해야 한다”며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땅이라도 끝까지 추적해 지적주권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원주·청주=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