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 국민 1차 접종 완료 시점을 5월로 2개월 앞당기는 등 백신 종주국들이 백신 물량을 독식하면서 국제 백신 수급이 불안정해진 탓이다. 이로 인해 국내 백신 접종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코백스 AZ 물량, 26만회분 줄고 3주 지연
이로 인해 당장 이달 말 시행될 예정인 요양병원ㆍ시설 내 만 65세 이상 입소자 37만7000명에 대한 접종부터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계획대로 AZ 백신이 들어왔다면 2차 접종까지 어느 정도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손에 쥔 43만2000회분(21만6000명분)으로 버텨야 한다. 물론 2회차 분량을 남기지 않고 모두 1회차로 소진한다면 접종이 가능할 수도 있다. AZ 백신의 경우 1차와 2차 접종 간격이 10~12주로 여유가 있는 편이기에 그 사이에 백신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우회할 수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백신을 당겨오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마찬가지 상황이다"라며 "AZ 백신을 최대한 펼쳐서 2회 접종분을 당겨 1회 접종하는 계획을 짜고 있다. AZ는 12주 간격으로 맞으면 되기 때문에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해도 2분기 백신 물량은 턱없이 모자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2분기 AZ 접종 대상자는 더 있다. 5~6월 65~74세 노인 494만명과 교사 49만명 등 732만명이다. 계획대로 접종하려면 5~6월 도입 예정인 AZ 직계약분 700만회(350만명분)가 들어와야 한다. 정 청장은 해당 물량이 순차적으로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물량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 물량이 제때 들어오지 않는다면 접종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화이자, 325만회분 도입 불투명
화이자 백신 물량은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75세 이상 노인 351만명에게 접종될 예정이다. 우선 3월 말 도입되는 100만회분(50만명분)부터 접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후 4~5월 들어올 추가 물량 275만회분(137만5000명)을 사용하면 375만회분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화이자의 경우 AZ와 달리 접종 간격이 3주로 짧아 2회차분을 당겨쓰기 어렵다. 따라서 해당 물량을 2회분으로 다시 계산하면 5월까지 187만5000명이 접종 가능하다. 나머지 163만5000명은 추가 물량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6월에 예정된 나머지 325만회분(162만5000명분)이 반드시 들어와야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선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얀센·노바백스·모더나도 2분기 물량 안갯속
여기에 2분기에 약속된 얀센이나 모더나, 노바백스 백신 물량도 있다. 얀센은 600만명분, 모더나와 노바백스는 각각 2000만명 분량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핑크빛 전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얀센의 경우 오는 5월 들어올 초도물량이 50만명분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유럽 등이 자국 내 백신 수급을 위해 생산 물량을 끌어모으고 있어서다. 정부 관계자는 “얀센은 3~4분기에 걸쳐 도입될 예정이고 3분기에 집중적으로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공급을 죄는 상황에서 공급량을 당기는 게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AZ의 코백스 물량은 인도가 공급을 막으면서 도입이 굉장히 밀릴 수 있을 듯하다"라며 "노바백스, 모더나, 얀센 백신은 아예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이대로라면 4~6월은 200~300만명 맞기도 어려울 거 같다"라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방역이 느슨해졌는데 본격적인 접종이 3분기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방역 고삐를 조여야 한다"라며 "특히 미국도 1억명 넘게 접종했지만 일일 신규 확진자 6만 넘어가고 있다. 외국은 화이자 백신을 맞아서 예방 효과가 95% 이상인데 반해 한국은 AZ 백신을 맞고 있어서 예방효과가 75% 전후다. 면역 형성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되는 3분기 전까지 방역 장기전에 들어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