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광화문 광장의 은행나무를 다 베어버렸다”며 서울시장 재임 중 광화문 광장을 만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연일 비난했다.
박 후보는 지난 25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민과의 공감 없이 그 오래된 은행나무를 싹둑싹둑 잘라내고 만든 다음부터 상당히 혼란스러워졌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숭호 전 한국신문윤리위원은 최근 한 칼럼에서 당시 풍경을 ‘늠름하고 풍성한 은행나무가 길 가운데에 줄지어 서 있고, 길가 보도에는 키 큰 플라타너스 나무들이 넓은 잎새를 펄럭이던 그 자리’라고 묘사했다. 정 전 위원은 광화문광장 조성 당시 상황에 대해선 ‘은행나무는 광화문 거리의 상징과도 같으니 그대로 뒀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컸으나 원래 일제가 조선의 주작대로(朱雀大路-궁궐의 남문에서 도성의 남문까지의 길, 조선에서는 광화문에서 숭례문까지)의 기를 죽이려고 심었던 나무였으며,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너무 자라서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 북악산을 가리고 있다는 또 다른 여론에 덮였다’고 설명했다.
여 “오세훈 시장 때 다 베어냈다”
야 “광장 주변에 안전하게 옮겨”
2009년 광화문광장 조성 과정을 잘 아는 최창식 전 서울시 행정2 부시장은 “이명박 시장 때부터 광화문광장 조성이 논의됐다”며 “당시 광장을 만들지 못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은행나무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최 전 부시장은 “당시 간부회의에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100살 넘은 은행나무들에 문제가 생기면 안된다는 의견을 냈고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오세훈 시장 당선 후 해법이 나왔다는 게 최 전 부시장 설명이다. 그는 “전문가들이 논의한 결과 은행나무를 가까운 곳으로 옮기면 가지치기를 크게 하지 않고도 잘 살릴 수 있다는 답을 얻었다”면서 “은행나무들을 세종대로 주변 녹지에 옮겨심었다”고 했다.
또 “은행나무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으로서 이후 몇년 간 길을 지날 때마다 나무들 상태를 유심히 관찰했다”며 “은행나무를 다 잘라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광화문광장 공사와 관련해 은행나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