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도 더는 저출산 고령화 무풍지대가 아니다. 지난해 아이 울음소리(출생)도 줄었고 웨딩마치(결혼)도 덜했다.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무슨 일이
전국 최고 세종시 집값 상승률
출생ㆍ혼인 감소 부메랑
급등한 세종시 집값, 저출산 부메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만으로는 세종시의 혼인ㆍ출생 감소를 설명할 수 없다. 이미 2019년부터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청사ㆍ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긴 했지만, 이 역시 주된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2분기(4~6월)를 기준으로 세종시 전체 취업자(17만7000명) 가운데 공공ㆍ사회보장 행정업 종사자는 3만2000명(18.1%)에 불과하다. 사회복지 서비스업 종사자(9000명)를 합쳐도 23.2% 수준이다.
세종시 출생율ㆍ혼인율을 끌어내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건 따로 있다. 바로 급격히 오른 세종시 부동산 가격이다.
이게 왜 중요해
출범 초기와 다르게 최근 몇 년 사이 세종시 집값이 상승하며 이 장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올 초 불거진 국회 이전 이슈는 안 그래도 오르고 있던 세종시 부동산 가격에 불을 붙였다.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세종시 주택 가격은 37.1% 급등했다. 세종시 출범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서울(2.7%)을 저 멀리 제치고 전국 1위에 올라섰다. 9년 만에 최대 폭을 기록한 전국 집값 상승률(5.4%)의 7배에 육박한다. 전·월세 시세도 따라 고공행진 했다.
세종시 인구당 출생ㆍ혼인 비율(조출생률)은 여전히 다른 시도에 압도적으로 높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하강 흐름이 뚜렷하다. ‘부동산 급등=저출산 액셀러레이터’란 공식이 세종시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불러온 나비 효과다. 세종시 주택 가격 상승이 지난해 극심해진 만큼 앞으로 출생과 혼인 감소가 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주택자는 무주택자보다 출산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며 “부동산 불균형은 경제 불균형을 넘어 사회 불균형을 가속할 문제”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