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오전 3시쯤 부산진구 개금동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50대가 택시에 치여 숨졌다. 또 전날 오후 8시쯤에는 부산 중구 남포동 도로에서 횡단보도가 아닌 곳을 건너던 60대 여성이 승용차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20일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앞 왕복 6차선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80대 노인이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1회
보행 중 사망자 35%는 무단횡단
음주운전 하루 54건에 1명 사망
교통문화지수 올랐지만 일부 퇴보
"맞춤형 안전교육, 인식개선 필수"
이 같은 사실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달 발표한 '2020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교통문화지수는 전국 22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운전행태 ▶보행행태 ▶교통안전 등 3개 항목에 대한 지표를 직접 관찰하거나 설문 또는 자료 조사를 통해 평가해 수치화한 것이다.
지난해 교통문화지수는 78.94점으로 2019년(76.64점)보다 다소 좋아졌다. 2018년엔 75.25점이었다. 수치로는 보면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세부항목을 따져보면 상황은 다르다.
보행행태 지표 중 무단횡단이 대표적이다. 시민들에게 "최근 한 달 새 무단횡단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35.3%가 "있다"고 답했다. 전년도(32.2%)보다 10% 가까이 늘었다.
공단의 강지혜 선임연구원은 "최근 30일 이내의 경험 여부를 물어본 것으로 평소 보행 행태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1년 단위로 물었다면 더 많은 수치가 나왔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3년(2017~2019년)간 무단횡단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수치만 따지면 감소세다. 그러나 전체 보행 중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늘고 있다. 2019년엔 그 비율이 35%로 보행 중 사망자 10명 가운데 거의 4명은 무단횡단을 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다.
운전행태도 별반 다르지 않다. 8개 항목 가운데 절반이 넘는 5개 항목의 지수가 악화됐다. 음주운전을 했거나, 운전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전년도보다 늘었다. 방향지시등(깜빡이) 점등률과 신호 준수율, 안전띠 착용률은 오히려 전년도 보다 떨어졌다.
특히 2019년 일명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및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음주운전 기준과 처벌이 강화됐음에도 음주운전이 증가했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19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하루 평균 54건이 발생해 매일 한명씩 숨진 거로 나타났다.
권용복 공단 이사장은 "교통안전의식개선을 위해 지역별 취약부문에 대한 맞춤형 교통안전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며 "안전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선 국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식변화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